브랜딩은 연료다. 불씨가 아니다.

브랜딩은 연료다. 불씨가 아니다.

스타트업이 죽어가는 이유는 대개 하나다. 브랜딩 문제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로고를 바꾼다. 웹사이트를 리뉴얼한다. SNS 광고 예산을 두 배로 늘린다. 하지만 숫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불이 꺼진 곳에 연료만 붓고 있기 때문이다. 연료를 아무리 부어도 불씨가 없으면 그냥 기름 웅덩이만 생긴다.

많은 창업자가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브랜드 마케팅은 증폭제다. 이미 작동하는 것을 더 크게 만드는 도구다. 죽어가는 제품을 살리는 구명조끼가 아니다.

0에 무엇을 곱해도 0이다

마케팅 퍼널은 곱셈이다. 노출 × 클릭률 × 전환율 = 매출. 이 공식에서 전환율이 0이면 결과는 항상 0이다. 1,000명이 봐도, 10,000명이 봐도 아무도 사지 않으면 매출은 0원이다. 이건 산수의 문제다.

브랜딩으로 노출을 늘리는 건 분자를 키우는 일이다. 하지만 제품이 형편없으면 분모가 0이다. 0에 무엇을 곱해도 0이다.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은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팀이 끔찍한 시장을 만나면 시장이 이긴다. 형편없는 팀이 훌륭한 시장을 만나도 시장이 이긴다." 시장이 전부라는 뜻이다.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걸 만들면 어설픈 마케팅으로도 팔린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걸 만들면 세계 최고의 브랜딩으로도 안 팔린다. PMF(Product-Market Fit)라는 불씨가 없으면 브랜딩이라는 연료는 아무 소용이 없다.

대부분의 경우 문제는 인지도가 아니다. 오퍼(Offer)다. 사람들은 당신의 제품을 안다. 그런데 사지 않는다.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브랜드 로고가 예쁘지 않아서가 아니다.

알렉스 호모지(Alex Hormozi)는 가치를 이렇게 정의했다. (꿈의 결과 × 달성 확률) ÷ (시간 지연 × 노력). 고객은 이 계산을 무의식적으로 한다.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이 방정식에서 압도적으로 이기지 못하면 고객은 움직이지 않는다. 현상 유지가 더 편하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 브랜드 마케팅은 95%를 위한 것이다. 존 도스(John Dawes)의 연구에 따르면 시장의 95%는 지금 당장 구매할 생각이 없다. 나중에 필요할 때를 대비해 기억 속에 자리 잡는 것, 그게 브랜드 마케팅의 목표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에게 '나중'은 사치다. 당장 살아남아야 한다. 지금 사려는 5%를 잡아야 한다. 이들은 브랜드 이미지가 아니라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반응한다.

적을 먼저 규정하라

많은 창업자가 포지셔닝과 디포지셔닝을 구분하지 못한다. 포지셔닝은 내 브랜드를 특정 위치에 자리잡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프리미엄 커피다" 같은 식이다. 고객의 머릿속에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것이다.

디포지셔닝은 다르다. 경쟁사를 기존 위치에서 밀어내는 것이다. 공격적이다. 적을 먼저 규정하고, 그들의 강점을 약점으로 뒤집는다.

1960년대 에이비스(Avis) 렌터카를 보자. 시장 1위는 헤르츠(Hertz)였다. 에이비스는 "We're #2, so we try harder"라는 캠페인을 펼쳤다. 이 한 문장으로 헤르츠를 '1등이지만 노력 안 하는 회사'로 만들었다. 에이비스는 2등이라는 약점을 무기로 바꿨다. 13년 연속 적자를 내던 회사가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디포지셔닝은 적의 강점을 약점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내가 차지한다.

이미 경쟁자가 있는 시장에서 "우리가 더 좋아요"라고 외치는 건 통하지 않는다. 고객은 그런 주장을 수백 번 들었다. 지쳤다. 믿지 않는다. 유진 슈워츠(Eugene Schwartz)가 말했듯 새로운 메커니즘을 보여줘야 한다. 무엇이 좋은지가 아니라 어떻게 다른지를 증명해야 한다.

차별화 없는 브랜딩은 포장지다. 내용물이 형편없으면 예쁜 포장지로도 두 번째 구매를 만들 수 없다. 그리고 두 번째 구매가 없으면 비즈니스도 없다.

순서를 틀리면 죽는다

순서가 틀리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진단이 먼저다. 트래픽이 문제인가, 전환이 문제인가. 대부분 전환이 문제다.

트래픽이 있는데 전환이 안 되면 제품과 오퍼를 고쳐야 한다. 마케팅 예산을 늘릴 때가 아니다. 고객이 열광할 때까지 제품을 갈아엎어야 한다. 재구매가 일어나야 한다. 입소문이 나야 한다. 그때 비로소 브랜드 마케팅을 투입한다.

조기 확장(Premature Scaling)은 스타트업 실패의 주요 원인이다. 스타트업 게놈 프로젝트에 따르면 약 70%가 이 문제로 죽는다. PMF를 찾기 전에 마케팅에 돈을 쏟아붓는다. 팀을 키운다. 사무실을 얻는다. 그리고 망한다.

불씨가 살아 있다면 연료를 부어라. 하지만 불씨가 꺼져 있다면 연료를 멈추고 라이터를 찾아라.

반대로 PMF를 찾고 나면 성장은 자연스럽다. 밀지 않아도 굴러간다. 고객이 고객을 데려온다. 이때 브랜드 마케팅은 가속 페달이 된다. 이미 움직이는 바퀴를 더 빨리 돌린다.

대부분의 창업자는 거꾸로 한다. 연료부터 모은다. 로고를 만들고 웹사이트를 꾸민다. 인스타그램 광고를 돌린다. 하지만 불씨가 없으면 연료는 그냥 연료일 뿐이다.

불씨는 시장이 준다. 당신이 만드는 게 아니다. 시장이 굶주려 있고, 당신의 제품이 그 배고픔을 채워줄 때 불씨가 생긴다. 그때 연료를 부으면 불길이 치솟는다. 하지만 시장이 배부르거나 당신의 제품이 시장의 고통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연료를 부어도 불은 붙지 않는다.

지금 당신의 스타트업에 필요한 건 예쁜 포장이 아니다. 타오르는 불씨다. 그리고 그 불씨가 있는지 없는지는 전환율이 알려준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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