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는 타고난 바이트마커다
2025년 11월, 머스크가 트윗 하나를 올렸다.
"Grok 5가 2026년에 세계 최강 LoL 팀을 이길 수 있을까?"
조회수 1,000만. T1은 Faker GIF와 함께 "We are ready"로 받아쳤다. Riot Games 창업자가 "논의하자"고 답했다. Doublelift는 "Grok이 이기면 삭발한다"고 선언했다.
트윗 하나, 광고비 0원.
마케팅에는 두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설명이다. "우리 제품은 이런 기능이 있고, 저런 장점이 있고, 벤치마크에서 1등입니다." 대부분의 회사가 이렇게 한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리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궁금증이다. "이거 진짜야?" "어떻게 되는 거지?" "결과가 뭐야?"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보게 만든다. 공유하게 만든다. 논쟁하게 만든다.
머스크는 철저하게 두 번째다.
"Grok 5의 추론 성능이 경쟁사 대비 40% 향상되었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아무도 관심 없었을 것이다. AI 벤치마크는 매주 새로 나온다. 다음 주면 잊힌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Faker를 이길 수 있을까?"
이건 잊히지 않는다. 2026년 경기가 열릴 때까지 계속 이야기될 것이다.
머스크의 트윗을 뜯어보면 설계가 보인다.
첫째, 대결 구도. "AI vs 인간 최강"은 1997년 딥 블루 vs 카스파로프의 현대판이다. 모두가 아는 서사다. 새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서사를 빌려왔다.
둘째, 공정한 제약. 머스크는 조건을 붙였다. 인간 수준의 반응 속도, 인간 속도의 클릭, 카메라로만 화면을 볼 것. AI의 연산 능력을 봉인했다. 과거 OpenAI Dota 봇은 API로 게임 데이터를 직접 읽었다. 치팅 논란이 있었다. 머스크는 미리 차단했다. "정정당당하게"가 바이팅 안에 내장되어 있다.
셋째, 완벽한 적수. T1은 세계 최강이다. Faker는 6회 우승 전설이다. 중위권 팀에 도전했으면 아무도 관심 없었다. 최강에게 도전해야 뉴스가 된다.
넷째, 타임라인. 2026년이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기대감이 쌓인다. 뉴스가 반복된다. 트윗 하나가 1년짜리 마케팅 캠페인이 됐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SpaceX Falcon Heavy 첫 발사. 테스트 페이로드로 보통 콘크리트 블록을 쓴다. 머스크는 자기 빨간 테슬라 로드스터를 쐈다. 운전석에 마네킹을 앉히고 David Bowie를 틀었다.
"로켓 성능 테스트 성공"이라고 발표할 수 있었다. 기술 매체가 보도하고 끝났을 것이다. 대신 "차가 우주에 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전 세계 뉴스가 SpaceX와 Tesla를 동시에 보도했다. 광고비 0원.
2019년, Cybertruck 발표회. "Armor Glass" 시연에서 쇠공을 던졌다. 유리가 깨졌다.
실패다. 보통은 숨기고 싶은 순간이다. 그런데 이 장면이 모든 뉴스를 탔다. 모두가 Cybertruck이 뭔지 알게 됐다. 3일 만에 20만 대 예약. 2023년에는 "깨진 유리" 스티커를 공식 굿즈로 팔았다. 실패를 밈으로 바꿨다.
2018년, The Boring Company에서 화염방사기를 팔았다. 터널 굴착 회사가 왜 화염방사기를?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2만 개가 순식간에 팔렸다.
패턴이 있다. 예상을 깬다. 논쟁을 일으킨다. 설명하지 않고 보여준다. 광고비 0원.
이 방식이 왜 작동하는가?
인간의 뇌는 예측 기계다. 예측대로 흘러가면 무시한다. 에너지를 아끼려고. 예측이 깨지면 주목한다. 위험 신호일 수 있으니까.
"AI 성능이 40% 향상되었습니다." 예측 범위 안이다. 뇌가 무시한다.
"AI가 Faker에게 도전장을 냈다." 예측이 깨진다. 뇌가 멈춘다. "뭐라고?"
이게 바이팅의 원리다. 예측을 깨서 주목을 만들고, 그 주목 안에 본질을 담는다.
머스크의 본질은 뭔가? "미래를 만드는 사람." 우주에 차를 쏘든, Faker에게 도전하든, 화염방사기를 팔든, 전부 같은 메시지다. "이 사람은 뭔가 미친 짓을 하고, 그게 실제로 된다."
본질은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표현 방식만 매번 예측을 깬다.
대부분의 마케터가 못 하는 이유가 있다.
두렵기 때문이다.
"이거 실패하면 망신인데?" — 그래서 안전한 메시지를 쓴다.
"이거 논란 되면 어쩌지?" — 그래서 무난한 표현을 쓴다.
"이거 이상해 보이면?" — 그래서 업계 관행을 따른다.
안전한 메시지는 무시된다. 무난한 표현은 스크롤된다. 업계 관행은 차별화가 안 된다.
머스크가 쓴 건 돈이 아니다. 담력이다.
Tesla의 2019년 마케팅 예산은 0달러였다. GM은 30억 달러를 썼다. 누가 더 많이 회자됐는가?
Faker 도전의 진짜 목적은 Grok 5를 파는 게 아니다.
현재 AI 시장에서 Grok의 포지션은 약하다. ChatGPT는 대화 AI의 대명사다. Claude는 안전하고 똑똑한 AI로 알려져 있다. Gemini는 구글의 AI다. Grok은? "X에 있는 그거." 대부분 그 정도다.
Faker 도전 후: "게임까지 하려는 AI. 범용 AI를 향한 도전자."
마크가 재정의됐다. 그리고 이 마크는 2026년까지 강화된다. 뉴스가 나올 때마다, 업데이트가 발표될 때마다, 대결이 가까워질 때마다.
트윗 하나가 1년짜리 마케팅 인프라가 됐다.
2026년, Grok이 T1을 이길까?
솔직히 모르겠다. 전문가들도 회의적이다. Doublelift는 삭발을 걸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이미 바이팅은 성공했다. 이미 마크는 남았다. "Faker한테 도전장 내민 AI." 이 한 줄이 xAI의 모든 기술 스펙보다 강력하다.
승패는 2026년에 결정된다. 바이팅은 트윗 올린 그 순간 끝났다.
설명은 잊힌다. 궁금증은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