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을 팔면 아무도 버스에 안 탄다

평균을 팔면 아무도 버스에 안 탄다

세스 고딘이 마케팅 책에서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를 언급했을 때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히피 밴드한테 뭘 배우라는 건지. 근데 숫자를 보면 할 말이 없다. 50년간 광고 한 번 안 하고 팬덤을 만들었다. 비틀즈보다 콘서트 수익이 많았던 적도 있다. 비밀이 있었던 게 아니다. 선택이 있었을 뿐이다.

1970년대 음악 산업의 공식은 단순했다. 라디오용 3분짜리 곡을 만들고,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틀어주고, 앨범을 판다. 그레이트풀 데드는 전부 거꾸로 했다. 한 곡을 20분씩 연주했다. 팬들이 녹음하는 걸 금지하는 대신 녹음석을 따로 마련해줬다. 부트레그가 돌아다니게 내버려뒀다. 모두에게 팔려고 하지 않았다. "버스에 탈 사람만 타라"가 전략이었다.

"버스에 타겠냐?"가 바이팅이다. 음악을 파는 게 아니라 정체성을 건드린다. 3초면 결정된다. 타면 데드헤드(Deadhead), 안 타면 바깥 사람. 중간이 없다. 평균적인 걸 만들면 아무도 멈추지 않는다. 뾰족해야 한다. "이건 나를 위한 거다" 아니면 "이건 내 거 아니다." 바이팅은 이 갈림길을 만드는 거다. 모두를 위한 건 아무도 멈추게 하지 못한다.

데드헤드들은 30년간 콘서트를 따라다녔다. 차에서 살았고, 주차장에서 물건을 팔았고, 자기들만의 문화를 만들었다. 밴드 로고를 문신으로 새겼다. 이게 마크다. 로고가 남긴 게 아니다. "나의 부족"이라는 감각이 남긴 거다. "좋은 밴드"라는 인식과 "내 정체성의 일부"라는 인식 사이에는 깊이가 다르다. 마크는 기억이 아니다. 소속이다. 그레이트풀 데드를 떠올릴 때 트리거가 작동하는 게 아니라, 데드헤드라는 정체성 자체가 삶에 박혀버린 거다.

바이팅과 마크의 관계가 여기서 보인다. "버스에 타겠냐?"는 3초짜리 질문이다. 근데 한번 타면 30년을 따라다닌다. 바이팅이 문을 열고, 마크가 정착시킨다. 바이팅 없이 마크 없고, 마크 없으면 바이팅은 그냥 클릭으로 끝난다. 그레이트풀 데드는 둘 다 했다. 뾰족하게 찔러서 사람을 세우고, 부족으로 묶어서 평생 데리고 갔다.

마케팅 교과서에서 애플 사례를 배워봤자 쓸 데가 없다. 우리는 애플이 아니다. 광고비가 없고, TV에 나갈 일도 없다. 그러면 답은 하나다. 가장 작은 생존 가능 오디언스. 모두에게 팔려고 하지 말고, 버스에 탈 사람만 찾아라. 1000명의 진짜 팬이 100만 명의 지나가는 사람보다 낫다. 바이팅으로 그 1000명을 세우고, 마크로 그들을 부족으로 만들어라.

그레이트풀 데드 멤버 대부분은 이미 죽었다. 근데 데드헤드 커뮤니티는 아직도 살아있다. 밴드보다 부족이 오래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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