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트퍼널3: 랜딩 존 — 착지해야 이빨 자국이 새겨진다
2015년, 러셀 브런슨(Russell Brunson)이라는 남자가 이상한 짓을 했다. 자기 책을 무료로 뿌렸다. 《닷컴 시크릿(DotCom Secrets)》. 배송비 7.95달러만 받았다. 출판사가 미쳤다고 했다. 책 한 권 만드는 데 얼마인데 그걸 공짜로 주냐고.
8년 후 결과가 나왔다. 그 책 하나로 클릭퍼널스(ClickFunnels)는 연 2억 6,500만 달러를 번다. 책을 산 사람들이 소프트웨어를 샀다. 소프트웨어를 산 사람들이 컨설팅을 샀다. 컨설팅을 산 사람들이 연간 멤버십을 샀다. 7.95달러짜리 배송비가 고객생애가치 500달러, 5,000달러, 5만 달러 고객을 만들었다.
이게 랜딩 존이다.
2편에서 절벽을 계단으로 바꾸라고 했다. 랜딩 존은 그 첫 번째 계단이다. 고객이 처음 발을 딛는 곳. 너무 높으면 올라오지 않는다. 너무 낮으면 의미가 없다. 딱 맞는 높이가 있다.
브런슨의 7.95달러는 절묘했다. 무료면 진지하지 않은 사람까지 온다. 20달러면 "책값 치고 비싸네"라는 저항이 생긴다. 7.95달러는 "배송비니까"라는 정당성과 "이 정도는 괜찮지"라는 심리적 임계점을 동시에 넘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신용카드를 꺼내게 한다. 신용카드를 한 번 꺼낸 사람은 다시 꺼내기가 훨씬 쉽다.
랜딩 존의 핵심은 이거다. 고객의 첫 행동을 이끌어내되, 그 행동이 다음 행동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피아노 학원의 2만 원 체험 레슨을 다시 보자. 왜 효과가 있나? 첫째, 금전적 마찰이 낮다. 커피 네 잔 값이다. 둘째, 시간 마찰이 낮다. 30분이면 끝난다. 셋째, 위험 마찰이 낮다. 안 맞으면 안 오면 된다. 하지만 진짜 마법은 다른 데 있다. 체험 레슨에서 아이가 "도레미" 세 음을 치는 순간, 부모의 머릿속에서 뭔가가 바뀐다. "우리 아이가 피아노를 칠 수 있구나." 추상적 가능성이 구체적 현실이 된다. 이 경험이 다음 단계의 마찰을 극적으로 낮춘다.
소파 매장의 1만 원 패브릭 샘플 박스도 같은 원리다. 샘플이 집에 도착하면 고객은 자기 거실 조명 아래에서 천을 만져본다. "이 색이 우리 집에 맞네." 이 확신이 생기면 다음 마찰인 "색상 선택의 불확실성"이 사라진다. 1만 원짜리 박스가 300만 원 결정의 가장 큰 장애물을 제거한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실수한다. 랜딩 존을 "미끼"로 생각하는 것이다. 싼 걸로 꼬셔서 비싼 걸 팔겠다는 발상. 이건 작동하지 않는다.
에이미 포터필드(Amy Porterfield)는 온라인 코스 비즈니스로 수천만 달러를 벌었다. 그녀의 랜딩 존은 무료 웨비나다. 그런데 이 웨비나가 "맛보기"가 아니다. 90분 동안 진짜 가치를 준다. 참석자들이 웨비나만 듣고도 실제로 뭔가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그래서 작동한다. "무료인데 이 정도면, 유료는 얼마나 대단할까?" 이 생각이 다음 단계를 당긴다.
브런슨의 7.95달러 책도 마찬가지다. 책 내용이 형편없으면 소프트웨어는 절대 안 팔린다. 책이 진짜로 좋기 때문에, 책에서 배운 걸 실행하려면 소프트웨어가 필요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간다.
랜딩 존은 미끼가 아니다. 축소판이다. 전체 가치의 맛보기가 아니라, 전체 가치의 작동하는 버전이다.
SaaS에서 이걸 가장 잘 보여주는 게 프리미엄 모델이다. 슬랙의 무료 버전을 보라. 90일이 지난 메시지는 숨겨지지만, 그 안에서는 슬랙의 모든 핵심 기능이 작동한다. 채널, DM, 파일 공유, 검색, 앱 연동. 고객은 무료 버전에서 슬랙이 뭔지 "이해"하는 게 아니라 "경험"한다. 경험한 후에는 메시지 제한이 진짜 불편해진다. 그때 유료 전환이 일어난다. 마찰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반대 사례도 보자. 많은 SaaS가 무료 트라이얼을 준다. 14일, 30일. 그런데 대부분 전환율이 처참하다. 왜? 트라이얼 기간 안에 고객이 "아하 모먼트"에 도달하지 못해서다. 기능은 다 열어줬는데, 고객이 뭘 해야 하는지 모른다. 랜딩 존은 열어주는 것만으로 안 된다. 고객을 특정 경험으로 안내해야 한다.
캘린들리(Calendly)가 이걸 잘 한다. 가입하면 바로 "첫 번째 이벤트 타입을 만드세요"로 안내한다. 30초면 만든다. 그리고 "이 링크를 공유하세요." 링크를 공유하고, 누군가가 예약을 잡는 순간이 아하 모먼트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이거 쓰는구나." 이 경험 없이는 캘린들리는 그냥 "일정 관리 도구"다. 이 경험 후에는 "내 삶에서 빠지면 안 되는 것"이 된다.
랜딩 존 설계의 본질은 이거다. 고객이 최소한의 마찰로 최대한의 가치를 경험하게 하라. 그 경험이 다음 단계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라.
알렉스 호르모지(Alex Hormozi)의 가치 방정식을 여기 적용하면 명확해진다. 가치 = (꿈의 결과 × 성취 확률) ÷ (시간 지연 × 노력과 희생). 랜딩 존은 이 공식의 분모를 극단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시간 지연: 즉시, 또는 아주 짧게. 노력과 희생: 거의 없이. 그러면서 분자는 유지한다. 꿈의 결과의 작동하는 축소판. 성취 확률 100%에 가깝게.
다시 구체적으로 가보자. 컨설팅 비즈니스를 한다고 치자. 풀 패키지가 500만 원이다. 랜딩 존을 어떻게 만들까?
첫 번째 옵션: 무료 상담 30분. 문제는 이게 고객에게 가치를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30분 동안 컨설턴트가 질문만 하고, "본 서비스 신청하시면 해결해드릴게요"로 끝나면 고객은 뭘 얻었나? 아무것도. 이건 미끼지 랜딩 존이 아니다.
두 번째 옵션: 유료 진단 리포트 20만 원. 2시간 심층 인터뷰 후 10페이지 분석 리포트 제공. 이건 다르다. 고객은 20만 원으로 자기 문제가 뭔지, 어디가 막혀 있는지, 뭘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안다. 실행은 못 하더라도 이해는 한다. 이 이해가 다음 마찰을 낮춘다. "500만 원 내면 뭘 해주는데요?"가 아니라 "리포트에서 말한 그걸 직접 해주시는 거죠?"가 된다. 설명이 필요 없어진다.
세 번째 옵션: 워크숍 참가 50만 원. 하루 종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프레임워크를 배우고, 자기 케이스에 직접 적용해본다. 끝나면 실행 계획이 손에 들려 있다. 이건 더 강력하다. 경험이 깊어지면 다음 단계와의 연결도 단단해진다. 워크숍에서 만든 실행 계획을 컨설팅에서 같이 실행하는 구조.
어떤 게 맞을까? 상황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원칙은 같다. 고객이 마찰 없이 가치를 경험하고, 그 경험이 다음 단계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고관여 상품일수록 랜딩 존의 중요성이 커진다. 저관여 상품은 절벽이 낮아서 한 번에 넘을 수 있다. 껌을 사는 데 체험판이 필요 없다. 그런데 피아노, 소파, 컨설팅, 코스, 소프트웨어처럼 고관여 상품은 절벽이 높다. 랜딩 존 없이 바로 뛰어오르라고 하면 대부분은 "나중에요"라고 한다.
1편에서 재규어 얘기를 했다. 1억 7천만 뷰가 브랜드를 깎아먹었다. 왜? 랜딩 존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목은 시켰다. 그다음에 고객이 발을 딛을 곳이 없었다. "Copy Nothing"을 보고 뭘 해야 하나? 웹사이트 가봤자 아무것도 없다. 차를 볼 수도, 시승 신청할 수도, 뭔가를 경험할 수도 없다. 발 딛을 곳이 없으니 그냥 지나갔다. 1억 7천만 명이 지나갔다.
캘빈 클라인은 달랐다. 제러미 앨런 화이트 캠페인을 보고 속옷을 사고 싶어진 사람은 어떻게 했을까? 웹사이트에 갔다. 그 속옷이 있었다. 바로 살 수 있었다. 주목에서 구매까지 마찰이 거의 없었다. 랜딩 존이 너무 완벽해서 사실상 랜딩 존이 곧 구매였다.
이게 핵심이다. 바이팅이 아무리 강력해도 랜딩 존이 없으면 허공에 사라진다. 랜딩 존은 바이팅이 만든 에너지를 붙잡아서 다음 단계로 전환하는 장치다.
4편에서는 실제로 작동한 랜딩 존 도구들을 다룬다. 7달러 배송비 책이 어떤 구조로 2억 6,500만 달러 비즈니스가 됐는지. 1달러 트라이얼이 왜 무료 트라이얼보다 고객생애가치가 높은지. 번들, 언번들, 업셀, 다운셀이 퍼널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남의 프레임워크 대신 당신 비즈니스에 맞는 도구를 고르는 법이다.
브런슨은 지금도 책을 7.95달러에 판다. 누가 물었다. "왜 아직도 그 가격이에요? 이제 유명하잖아요." 그가 답했다. "가격을 올리면 들어오는 사람 수가 줄어요. 들어오는 사람 수가 줄면, 결국 5만 달러짜리 프로그램을 살 사람도 줄어요. 입구가 좁아지면 출구도 좁아져요."
7.95달러는 10년 전에도 입구였고, 지금도 입구다.
2024년 11월, 재규어(Jaguar)가 30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차가 한 대도 안 나왔다. 하이패션 모델만 나왔다. 핑크, 노랑, 파랑. "Copy Nothing." X에서 1억 7천만 뷰가 터졌다. 일론 머스크가 물었다. "Do you sell cars?"
마케팅팀은 샴페인을 땄을 거다. 1억 7천만. 역대급 바이럴. 전 세계가 재규어를 얘기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 아니, 더 나쁜 일이 일어났다. 사람들 머릿속에 남은 건 "그 이상한 영상 올린 브랜드"뿐이었다. 기존에 있던 "영국 헤리티지, 고급 세단" 이미지는 지워졌다. 새로운 건 설치 안 됐다. 1억 7천만 뷰가 브랜드를 깎아먹었다.
같은 달, 캘빈 클라인(Calvin Klein)이 제러미 앨런 화이트(Jeremy Allen White) 캠페인을 냈다. 《더 베어(The Bear)》 배우가 뉴욕 옥상에서 속옷 입고 운동하는 영상. 48시간 만에 1,270만 달러 미디어 임팩트. 사람들 머릿속에 "캘빈 클라인 = 그 느낌"이 박혔다.
둘 다 바이럴이 터졌다. 둘 다 인지가 폭발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다. 뭐가 달랐나?
대부분은 퍼널을 덧셈으로 생각한다. 위를 넓히면 아래가 커진다고. 노출 100만 하면 구매 1만, 노출 1,000만 하면 구매 10만. 그래서 노출을 늘리려고 한다. 틀렸다. 퍼널은 곱셈이다.
1,000 × 10% × 50% × 0% × 40% = 0.
중간에 0이 하나라도 있으면 끝이 0이다. 노출이 1억이든 10억이든 상관없다. 재규어가 그랬다. 주목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10점. 그런데 "주목"에서 "구매 의향"으로 넘어가는 연결고리가 없었다. 0점. 10 × 0 = 0. 아니, 기존 이미지를 지웠으니 마이너스다. 10 × (-2) = -20.
캘빈 클라인은 달랐다. 화이트의 팬덤이 이미 있었다. 《더 베어》 본 사람들은 그에게 감정적 연결이 있었다. 그 연결 위에 브랜드가 올라탔다. 주목 10점, 연결 10점. 10 × 10 = 100.
"마케팅이 안 돼요"는 진단이 아니다. "어디가 0이에요?"가 진단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0인 걸 알았다. 그 0을 어떻게 채우나?
대부분은 AARRR(에이에이알알알)을 꺼낸다. 획득(Acquisition), 활성화(Activation), 유지(Retention), 추천(Referral), 수익(Revenue). 다섯 칸에 자기 비즈니스를 끼워넣으려 한다. "우리 획득은 인스타그램이고, 활성화는 첫 구매고..."
멈춰라. AARRR은 데이브 맥클루어(Dave McClure)가 2007년에 만들었다. 500 스타트업스(500 Startups)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석하기 위해서. 투자자가 여러 스타트업을 비교하기 위해 만든 도구다. 당신은 투자자가 아니다. 당신은 당신 비즈니스 하나를 설계해야 한다. 남의 프레임워크에 내 비즈니스를 맞추는 순간, 진짜 문제는 안 보인다.
퍼널 설계의 본질은 이거다: 고객이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충성 고객이 되기까지, 그 사이에 어떤 갭들이 있는가? 그 갭을 어떻게 건너게 할 것인가? AARRR은 남의 답이다. 이 질문에 당신이 직접 답해야 한다.
이 시리즈는 그 답을 찾는 법을 다룬다.
2편에서는 왜 고객이 중간에 이탈하는지 다룬다. 마찰에는 6가지 종류가 있다. 가격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가격을 낮춰도 안 팔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3편에서는 그 마찰을 어떻게 쪼개는지 다룬다. 300만 원짜리 소파 앞에서 "나중에요"라고 말하는 고객을 "일단 이것부터 해볼게요"로 바꾸는 법이다.
4편에서는 실제로 작동한 도구들을 다룬다. 7달러(배송비만 받고 책을 무료로 주는 게 왜 1억 달러 비즈니스가 되는지. 1달러 트라이얼이 왜 500달러짜리 충성 고객(LTV)을 만드는지.
AARRR을 외우면 발표는 할 수 있다. 이 시리즈를 읽으면 당신 퍼널의 0을 찾고, 그걸 채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