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도는 거짓말이다
당신의 단골 고객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큰 브랜드의 일반 고객보다도 덜 충성스럽다. 이건 느낌이나 추측이 아니다. 통계적 법칙이다. 바이런 샤프(Byron Sharp)는 이걸 '이중 위기의 법칙(Double Jeopardy Law)'이라고 불렀다. 작은 브랜드는 고객 수도 적고, 그 소수의 고객들마저 쉽게 떠난다.
작은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이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우리는 작지만 충성도가 높아요." "우리만 찾는 단골들이 있어요." "작지만 강한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위안이다. 동시에 함정이다.
충성도라는 환상
소규모 브랜드가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작지만 충성도로 승부한다." "기존 고객의 재구매율을 높여서 성장하겠다."
작동하지 않는다. 충성도는 브랜드 크기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커지면 충성도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하지만 충성도만 높여서 브랜드를 키우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마치 키가 크면 농구를 잘하게 되는 것이지, 농구를 잘한다고 키가 크는 게 아닌 것처럼.
성장의 열쇠는 침투율(Penetration)이다. 더 많은 사람이 당신 브랜드를 사보게 만드는 것. 소수의 광적인 팬보다 다수의 가벼운 구매자가 필요하다. 월 10번 사는 10명보다 월 1번 사는 100명이 낫다. 전자는 정체되어 있지만 후자는 성장 가능성이 있다.
충성도는 브랜드 규모에 따라 결정되는 함수다. 침투율을 높이면 충성도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떠오르지 않는 브랜드
작은 브랜드의 진짜 문제는 이것이다. 고객이 구매를 고려하는 순간에 브랜드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
사람들은 배고플 때 맥도날드를 떠올린다. 커피가 필요할 때 스타벅스를 생각한다. 운동화를 살 때 나이키가 먼저 떠오른다. 이게 정신적 가용성(Mental Availability)이다. 큰 브랜드는 많은 구매 상황과 연결되어 있다. 작은 브랜드는 아무 상황과도 연결되어 있지 않다.
바이런 샤프는 이걸 카테고리 진입점(Category Entry Points, CEPs)이라고 부른다. 배고픔, 간식, 파티, 혼술, 데이트. 각각은 구매를 촉발하는 상황이다. 큰 브랜드는 여러 CEP를 점유한다. 작은 브랜드는 하나도 점유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작은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최소한 하나의 CEP와 브랜드를 단단히 연결하는 것. "저녁 9시 이후 혼자 먹는 야식"이라는 상황에서 당신 브랜드가 떠오르게 만드는 것. 깊은 관계보다 넓은 인지가 먼저다. 정신적 침투율을 높여야 한다.
좁은 우물의 유혹
효율성은 달콤하다. "우리는 2030 여성만 타겟합니다." "MZ 비건 소비자가 우리 고객입니다." 예산이 적으니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틀렸다. 지나치게 좁은 타겟팅은 성장을 막는다. 카테고리 구매자 전체가 잠재 고객이다. 당신이 파는 게 샴푸라면 머리를 감는 모든 사람이 고객이 될 수 있다. 비건 샴푸를 찾는 사람만이 아니라.
작은 브랜드도 점진적으로 도달 범위를 넓혀야 한다. 100%를 노리지 말고 천천히 확장하면 된다. 중요한 건 방향이다.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으로. 가장 효과적인 캠페인은 고객과 비고객 모두에게 도달한다. 기존 고객에게만 마케팅하는 건 성장에 기여하지 못한다. 이미 사는 사람에게 "계속 사세요"라고 말하는 건 의미가 없다. 안 사는 사람에게 "한 번 사보세요"라고 말해야 한다.
기존 고객은 이미 알고 있다. 성장은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온다.
살 수 없는 브랜드
브랜드가 떠올라도 살 수 없으면 소용없다. 이게 물리적 가용성(Physical Availability)이다.
작은 브랜드는 대부분 여기서 막힌다. 유통망이 없다. 온라인몰만 있다. 특정 지역에서만 판다. 재고가 없다. 배송이 느리다. 결제가 복잡하다. 고객이 사고 싶을 때 즉시 살 수 없다.
구매 의도는 순간적이다. 지금 당장 살 수 없으면 그 순간은 영원히 사라진다. 내일 다시 생각나지 않는다. 다른 브랜드를 산다. 물리적 가용성을 확보하는 건 어렵다. 돈도 많이 든다. 하지만 이게 없으면 정신적 가용성을 아무리 높여도 무용하다. 생각난다고 다 사는 게 아니다. 살 수 있어야 산다.
작지만 강하다는 신화
작은 브랜드에게 낭만은 독이다. "우리는 작지만 특별하다." "우리만의 길을 간다." "진짜 아는 사람들만 찾는다."
시장은 감상적이지 않다. 작은 브랜드는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고객도 적고 충성도도 낮다. 이게 현실이다. 탈출구는 하나다. 더 많은 사람이 당신을 떠올리게 만들고, 더 쉽게 살 수 있게 만드는 것. 침투율을 높이고 가용성을 확보하는 것. 지루하지만 확실하다.
바이트마크는 작다. 하지만 많이 남겨야 한다. 깊게가 아니라 넓게. 그게 작은 브랜드가 커지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