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책 200권 글 하나로 요약

마케팅 책 200권 글 하나로 요약

나는 왜 바이트마크를 만들었나


파편화된 자료들

우리 회사 내부 교육 자료가 엉망이었다.

신입 마케터가 들어오면 던져주는 자료들이 있다. 포지셔닝 PDF, 퍼널 설계 문서, 카피라이팅 가이드, 그로스 해킹 요약본... 10년간 쌓인 것들.

문제는 전부 따로 논다는 것이다.

포지셔닝 문서는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퍼널 문서는 "전환율을 높여라"고 말한다. 카피라이팅 가이드는 "헤드라인이 전부다"라고 말한다. 각각은 맞는 말이다. 근데 뭘 먼저 해야 하는지 모른다.

신입이 물어본다. "그래서 제가 뭘 먼저 해야 해요?"

대답을 못 했다. 나도 정리가 안 돼 있었으니까.

그래서 세계관을 맞춰보기로 했다.

결과물이 바이트마크다.


오염된 언어들

정리를 시작하자마자 문제에 부딪혔다. 쓸 수 있는 단어가 없었다.

"훅(Hook)" — "후킹이 없어요"라고 하면 돌아오는 반응이 뭔지 아는가?

"아, 또 자극적인 것만 찾네."

내가 말하려는 건 "3초 안에 본질이 안 박힌다"인데, 듣는 쪽은 "어그로 끌라는 소리"로 받아들인다.

"브랜딩" — 열 명에게 물으면 열 개의 답이 나온다.

"카피라이팅" — 원래는 "팔리는 말을 만드는 것"인데, "문장 예쁘게 다듬는 것"으로 축소됐다.

교육 자료에 이 단어들을 쓸 수가 없었다. 쓰는 순간 오해가 시작된다.

새로운 언어가 필요했다.


이빨의 언어

마케팅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리해봤다. 결국 두 가지였다.

첫째, 이빨을 박는다. 3초 안에 본질이 박힌다.

둘째, 자국이 남는다. 특정 상황이 오면 자동으로 떠오른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이다. 다른 뇌 영역이 작동한다.

기존 교육은 이 둘을 구분하지 않았다. "임팩트 있게", "기억에 남게"라고 뭉뚱그렸다.

그래서 쪼갰다.

바이팅(Biting): 3초 안에 이빨을 박는 것.

마크(Mark): 이빨 자국. 특정 상황에서 자동으로 떠오르게 하는 것.

이렇게 쪼개니까 교육이 됐다. "바이팅은 됐는데 마크가 안 남아요" — 이제 문제를 특정할 수 있다.


모든 것이 프로덕트다

마케팅팀과 제품팀이 따로 논다. 마케팅팀은 "어떻게 알릴까"만 고민한다. 제품팀은 "어떻게 만들까"만 고민한다.

틀렸다.

모든 것이 프로덕트다. 모든 접점에서 같은 이빨 자국이 남아야 한다.

고객은 나누지 않는다. 광고 봤을 때의 느낌, 제품 썼을 때의 느낌, 문의했을 때의 느낌. 전부 하나로 연결된다. 하나라도 어긋나면 자국이 흐려진다.

Duolingo를 보라.

앱도 Duo. 알림도 Duo. 틱톡도 Duo. 2025년 2월 마스코트 "죽이기" 캠페인도 Duo. 전부 같은 자국이다. 그래서 마스코트 죽이기가 통했다. 14년간 모든 접점에서 같은 자국을 남겼으니까.


마크는 뇌과학이다

1975년, Collins와 Loftus. 확산 활성화 이론.

뇌의 기억은 노드(개념)들이 연결된 네트워크다. 하나의 노드가 활성화되면, 연결된 노드들로 활성화가 퍼진다.

"배고프다" 노드가 켜지면 연결된 노드들이 따라 켜진다. 맥도날드가 "배고프다"와 가장 강하게 연결되어 있으면, 배고플 때 맥도날드가 먼저 떠오른다.

이 연결이 마크다. 이빨 자국이다.

마크는 로고가 아니다. 슬로건이 아니다. 당신의 브랜드 노드와 고객의 상황 노드 사이의 연결 강도다.


엔트리 노드

마크는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고객 머릿속에는 수많은 노드가 있다. 상황, 감정, 문제, 시간, 장소. 이 노드들 중 어디에 당신의 이빨 자국이 연결되어 있는가?

노드가 없으면 마크도 없다.

Liquid Death가 연결된 엔트리 노드들:

  • "목 마르다"
  • "술자리인데 술 마시기 싫다"
  • "쿨해 보이고 싶다"

세 개의 노드에 전부 자국을 남겼다. 그래서 강하다.


프레임 전쟁

바이팅은 단순히 "주목시키는 것"이 아니다.

고객은 이미 프레임을 갖고 온다. "또 광고네", "비싸겠지", "나한테 필요 없을 거야".

바이팅은 이 프레임을 물어뜯는 것이다. 기존 프레임을 깨고 새 프레임을 박는 것.

프레임 싸움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면 이미 진 것이다.


말하면 안 박힌다

"우리는 최고입니다" — 안 박힌다.

"애플이 인수 제안을 했습니다" — 박힌다.

"혁신적인 솔루션" — 안 박힌다.

"10시간 → 10분" — 박힌다.

"업계 리더" — 안 박힌다.

"대기자 1,247명" — 박힌다.

말하면 안 박히고, 보여주면 박힌다.

설명이 길어지면 이빨이 무딘 것이다.


순서의 곱

마케팅은 덧셈이 아니다. 곱셈이다.

문제 정의 × 본질 정의 × 마크 설계 × 바이팅 설계 × 제품 = 결과

하나가 0이면 전체가 0이다.

본질이 없는데 바이팅만 잘해도 0이다. 마크가 없는데 제품만 좋아도 0이다. 문제가 틀렸는데 나머지가 완벽해도 0이다.

대부분은 제품부터 시작한다. 이빨도 안 갈고 물려고 한다. 그래서 실패한다.


진단 렌즈

증상 진단
안 팔린다 이빨이 없다
광고 효과 없다 긁고만 있다
클릭은 있는데 전환 없다 물었는데 자국 없다
재구매 없다 자국이 얕다
광고 끄면 매출 뚝 자국 없이 긁기만 했다
설명이 길어진다 이빨이 무디다

어디가 문제인지 찾아서 고치면 나머지는 따라온다.


결론

1등이 아니면 같은 말 하지 마라.

기존에 박힌 이빨을 뽑고 네 이빨이 박힐 정도로 압도적이지 않다면 — 가격이 10분의 1이든, 시간이 100분의 1이든 — 같은 판에서 싸우지 마라.

달라야 한다.

다르게 "말하는" 게 아니다. 말하는 것, 보여주는 것, 만드는 것, 전부 달라 보여야 한다. 고객이 3초 만에 "이건 뭔가 다른데"라고 느껴야 한다.

박혀야 한다.

고객의 일상에서 특정 순간이 왔을 때, 네 이름이 자동으로 떠올라야 한다. "배고프다 → 맥도날드"처럼. 그 노드에 네 이빨 자국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제품이어도 선택지에 없다.

200권이 결국 이거였다.

다르게 보여라. 그리고 박혀라.

Read more

"비싸지 않습니다"라고 쓰면 안 되는 이유

"비싸지 않습니다"라고 쓰면 안 되는 이유

"나는 범죄자가 아닙니다." 닉슨이 1973년 워터게이트 스캔들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 뒤로 미국인들은 그를 뭐라고 기억했나? 범죄자. 논리적으로는 부정했다. 하지만 뇌는 논리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이 1948년 《인간의 지식: 그 범위와 한계》에서 이미 알아챘다. "이것은 파란색이 아니다"라고 말할 때, 뇌는 먼저

악마는 디테일이 아니라 바이팅에 있다

악마는 디테일이 아니라 바이팅에 있다

광고 소재 퀄리티 신경 쓰지 마라. 이미지 해상도, 영상 색보정, 폰트 선택. 그거 다 나중이다. 디테일이 중요한 게 아니다. 바이팅이 제대로 들어갔는지만 신경 써라. 내 역할은 비직관적인 얘기를 하는 거다. 직관적이고 본능적으로 느껴지면 그건 이미 모두가 아는 거다. 모두가 아는 건 혁신이 아니다. 혁신은 처음엔 늘 불편하다. “그게 말이 돼?

바이트퍼널4: 퍼널 도구함 — 실전에서 검증된 갭 쪼개기 사례들

바이트퍼널4: 퍼널 도구함 — 실전에서 검증된 갭 쪼개기 사례들

2019년, 넷플릭스(Netflix)가 인도에서 이상한 실험을 했다. 월 $2.99짜리 모바일 전용 요금제. 미국 스탠다드 요금의 1/5도 안 됐다. 월가가 의아해했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깎아먹는 거 아니냐고. 3년 후, 인도는 넷플릭스의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 됐다. $2.99로 들어온 사람들이 $6.99로, $9.99로 올라갔다. 저가 요금제가 브랜드를 깎아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