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물리학

마케팅 물리학

"어떻게 하면 잘 팔릴까요?"

마케팅 회의실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이다. 답은 늘 비슷하다. 콘텐츠를 더 만들어야 합니다.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고객과 소통해야 합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회의가 끝난다. 일주일 뒤 다시 모인다. 똑같은 질문을 한다.

모호함은 마케터를 죽인다. "더 좋은 콘텐츠"가 뭔지 모른다. "고객과의 소통"이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아무도 뭘 해야 할지 모른다. 모호한 언어는 모호한 실행을 만들고, 모호한 실행은 모호한 결과를 만든다.

물리학자들은 이런 문제가 없다. 전기를 제어하고 싶으면 전압과 전류를 측정한다. 물체를 움직이고 싶으면 힘의 크기와 방향을 계산한다. 보이지 않는 걸 다루는데도 모호하지 않다. 변수가 정의되어 있으니까. 마케터도 똑같이 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고객의 마음을 다루려면 물리 법칙을 빌려와야 한다. 가상의 좌표계를 만들어야 한다.


마케팅의 네 가지 물체

물리 시뮬레이션을 돌리려면 먼저 물체를 정의해야 한다. 질량이 있는가. 속도가 있는가. 서로 어떤 힘으로 상호작용하는가. 마케팅도 똑같다. 시뮬레이션을 돌리려면 물체부터 정의해야 한다.

브랜드가 있다. 당신의 회사다. 당신의 이름이다. 사람들이 당신을 떠올릴 때 느끼는 그 무엇이다. 이게 첫 번째 물체다.

제품이 있다. 당신이 파는 것이다. 컨설팅일 수도 있고 앱일 수도 있고 양말일 수도 있다. 제품마다 무게가 다르다. 어떤 건 무겁다. 어떤 건 가볍다. 이게 두 번째 물체다.

고객이 있다. 당신의 제품을 살 수도 있고 안 살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고객은 진공 상태에 떠 있지 않다. 그들은 항상 어딘가에 있다. 특정한 공간에. 특정한 맥락에. 이게 세 번째 물체다.

장이 있다. 고객이 존재하는 그 공간이다. 네이버 검색결과 1페이지일 수도 있고 인스타그램 피드일 수도 있고 이메일 받은편지함일 수도 있다. 장마다 물리 법칙이 다르다. 중력이 다르다. 마찰 계수가 다르다. 이게 네 번째 물체다.

이 넷이 물리 엔진의 변수다. 브랜드의 질량과 제품의 질량과 고객의 상태와 장의 특성. 이 넷의 상호작용이 결과를 만든다. 매출을 만들고 전환율을 만들고 브랜드 가치를 만든다. 그러니 넷을 전부 측정해야 한다. 하나라도 빠지면 시뮬레이션이 안 돌아간다.

대부분의 마케터는 고객만 본다. 페르소나를 만든다. 30대 직장인 여성. 연봉 5천. 강남 거주. 맞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그 여성이 어떤 장에 있는가? 검색을 하고 있는가 피드를 보고 있는가. 우리 브랜드의 질량은 얼마나 되는가. 우리 제품은 무거운가 가벼운가. 이걸 모르면 고객을 안다고 할 수 없다.


장의 물리학

장부터 봐야 한다. 고객이 존재하는 그 공간부터. 물리학에서 입자는 장의 영향을 받는다. 자기장 안의 철가루처럼. 고객도 마찬가지다. 네이버 검색결과 1페이지에 있는 고객과 인스타그램 피드를 스크롤하는 고객은 같은 사람이어도 완전히 다른 상태다. 장이 다르니까.

온라인 미디어 장은 세 가지로 나뉜다. 고객의 의지와 플랫폼의 통제권으로 완벽하게 나뉜다.

첫 번째는 검색의 장이다. 사냥터다. 고객이 능동적으로 찾아왔다. "허리 통증 병원"을 검색했다. 의도가 명확하다. 해결책을 비교 중이다. 이미 Hot 상태다. 이미 Late 단계다. 그들은 사냥감을 찾는 사냥꾼이다. 네이버 검색, 구글, 쿠팡 검색창이 여기에 속한다. 이 장에서 주도권은 고객에게 있다. 그들이 찾는다. 우리는 찾아지기만 하면 된다.

두 번째는 발견의 장이다. 수족관이다. 고객은 그냥 스크롤 중이다. 수동적이다. 당신을 찾으러 온 게 아니다. 인스타그램을 켠 이유는 친구 사진 보려고였다. 유튜브를 켠 이유는 심심해서였다. Cold 상태다. Early 단계다. 그들은 수족관 안을 천천히 유영하는 물고기다. 인스타그램 피드, 유튜브 홈, 틱톡이 여기에 속한다. 이 장에서 주도권은 알고리즘에게 있다. 알고리즘이 우리를 보여준다. 우리는 보여지기만 하면 된다.

세 번째는 관계의 장이다. 사유지다. 플랫폼 알고리즘의 간섭이 없다. 내가 원할 때 100% 도달률로 메시지를 꽂을 수 있다. 이메일 뉴스레터다. 카카오톡 채널이다. 문자 메시지다. 자체 앱 푸시다. 이곳의 고객은 이미 한 번 대문을 열어준 사람들이다.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이 장에서 주도권은 브랜드에게 있다. 내가 보낸다.

검색의 장에서는 노출이 전부다. 상위에 뜨는가. 그들이 찾는 답과 내가 제시하는 답이 일치하는가. 설득이 아니다. 적합성이다. 여기서 이기는 법은 간단하다. 그들이 입력한 검색어에 가장 정확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허리 통증"을 검색한 사람에게는 증상을 이야기한다. "강남역 척추 전문 병원"을 검색한 사람에게는 거래를 제안한다. 그게 전부다.

발견의 장에서는 후킹이 전부다. 스크롤을 멈추게 하는가. 3초 안에. 여기서는 설득도 적합성도 필요 없다. 예측 오차다. 뇌가 예상하지 못한 자극. 그게 스크롤을 멈춘다. 첫 1초가 전부다. 썸네일이 전부다. 제목이 전부다. 여기서 실패하면 끝이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스크롤에 묻힌다. 검색의 장에서는 10개 중 1개가 되면 된다. 발견의 장에서는 1000개 중 1개가 되어야 한다.

관계의 장에서는 시스템이 전부다. 재구매를 유도하는가. 이탈을 막는가. 락인(Lock-in)을 설계하는가. 이것은 신규 유입이 아니라 유지의 영역이다. 한 번 들어온 고객을 가두는 영역이다. 여기서 이기는 법은 내적 대화에 깊숙이 침투하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검색과 발견은 남의 땅이다. 광고비를 내지 않거나 알고리즘이 변하면 내 존재는 즉시 증발한다. 관계의 장만이 유일하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자산이다. 그래서 전략이 명확해진다. 검색과 발견에서 사냥하여, 관계의 감옥에 가두어라. 트래픽을 현금으로 환전하는 게 아니다. 트래픽을 데이터베이스로 환전하는 것이다. 이메일 주소를 받는 것이다. 카카오톡 채널 친구를 받는 것이다. 그게 자산이다.


제품 질량의 물리학

장을 정의했다. 이제 제품을 봐야 한다. 모든 제품은 무게가 다르다. 물리학에서 질량이 다르면 움직이는 법도 다르다. 마케팅에서 관여도는 질량이다.

고관여 제품은 무거운 바위다. 자동차다. 명품이다. B2B 솔루션이다. 저관여 제품은 깃털이다. 음료수다. 생활용품이다. 저가 액세서리다. 무게가 다르면 밀어내는 법도 달라야 한다.

뉴턴의 제2법칙을 보자. $F = M \times a$. 힘은 질량 곱하기 가속도다. 이걸 뒤집으면 $a = F / M$이 된다. 구매 전환 속도는 힘을 질량으로 나눈 값이다. 질량이 10톤인 바위를 밀려면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이 든다. 정지 관성이 엄청나다. 가만히 있으려는 성질이 강하다. 작은 힘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무거운 제품을 파는 방법은 하나다. 질량을 쪼개는 것이다. 1,000만 원짜리 컨설팅을 바로 던지면 고객은 다친다. 부담감 때문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리스크가 크다. 따라서 본품의 질량을 0에 수렴하도록 잘게 쪼개서 던져야 한다. 무료 진단을 판다. 14일 무료 체험을 판다. 3년 약정이 아니라 1개월 체험을 판다. 분할 납부를 제안한다. 질량이 작아지니 아주 작은 힘으로도 고객을 우리 궤도 안으로 진입시킬 수 있다.

이게 원숭이 주먹이다. 원숭이 사냥꾼은 병에 견과류를 넣어둔다. 병목은 좁다. 원숭이는 손을 넣어 견과류를 움켜쥔다. 그런데 주먹을 쥔 채로는 손을 뺄 수 없다. 놓으면 되는데 놓지 못한다. 공짜 견과류가 너무 아까워서. 무거운 제품을 파는 전략은 이것이다. 아주 가벼운 미끼를 먼저 던져서 주먹을 쥐게 만드는 것이다.

가벼운 제품은 정반대 문제가 있다. 쉽게 움직이지만 그만큼 쉽게 멈추거나 다른 방향으로 날아간다. 관성이 작다. 작은 바람에도 쉽게 날아가고 쉽게 방향을 바꾼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속도와 빈도다. 깃털을 계속 날게 하려면 약한 힘이라도 끊임없이 불어넣어야 한다.

심각한 설득은 필요 없다. 복잡한 논리는 필요 없다. 소매틱 마커(Somatic Marker)로 이성적 판단이 개입하기 전에 감각을 자극한다. 1+1이다. 한정판이다. 직관적 오퍼를 자주 준다. 충격량을 반복한다. 고객이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깃털이 멈추기 전에 다시 바람을 분다.

고관여는 질량을 쪼개라. 저관여는 충격량을 반복하라. 제품의 무게에 따라 전략이 완전히 다르다. 같은 제품을 파는 게 아니다. 다른 물리 법칙을 따르는 물체를 다루는 것이다.


브랜드 질량의 물리학

제품의 질량을 봤다. 이제 브랜드의 질량을 봐야 한다. 물리학에서 중력은 두 물체 간의 질량의 곱에 비례한다. 고객만 무거운 게 아니다. 우리의 무게가 가벼우면 인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애플은 가만히 있어도 고객이 줄을 선다. 나이키는 광고 안 해도 사람들이 찾는다. 검색의 장에서도 이긴다. 발견의 장에서도 이긴다. 관계의 장에서도 이긴다. 중력이 있으니까. 브랜드 질량이 크니까. 태양이 거대하면 지구는 가만히 있어도 끌려와서 공전한다. 이게 인바운드 마케팅(Inbound Marketing)의 진짜 원리다.

우리는 다르다. 스타트업이다. 신생 브랜드다. 자본금이 작다. 인지도가 낮다. 시장 점유율이 0에 가깝다. 콘텐츠 축적량이 없다. 중력이 거의 0이다. 가만히 있으면 고객은 그냥 스쳐 지나간다. 우리를 애플이나 나이키랑 비교하는 건 지구를 태양이랑 비교하는 것만큼 무의미하다. 질량 자체가 다르니까.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질량이 작으면 가속도가 높다. 뉴턴의 법칙을 다시 보자. $a = F / M$. 거대 기업은 무겁다. 방향을 바꾸려면 천문학적인 힘이 든다. 시장 트렌드가 바뀌었을 때 대기업이 굼뜬 이유는 게을러서가 아니다. 물리적으로 무거워서다. 타이타닉은 빙산을 보고도 못 피한다. 너무 무거워서.

우리는 스피드보트다. 가볍다. 작은 힘으로도 미친 듯한 가속도를 낼 수 있다. 경쟁사가 결재 받느라 2주 걸릴 때 우리는 하루 만에 상세페이지를 갈아엎는다. 일주일 만에 피벗한다. 이게 우리가 가진 유일한 비대칭 무기다. 기동성이다.

하지만 기동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질량이 작을 때 살아남는 방법은 세 가지다.

첫 번째, 밀도를 높여라. 질량이 작아도 부피를 극도로 줄이면 중력이 폭발한다. 블랙홀이 그렇다. 시장 전체를 공략하지 마라. 아주 좁은 니치(Niche) 하나만 파라. "모든 허리 통증"과 싸우지 말고 "앉아서 일하는 개발자의 허리 통증"만 파라. "모든 옷"을 팔지 말고 "키 160cm 이하 남성을 위한 바지"만 팔아라. 그 작은 영역에서만큼은 당신이 가장 무거운 천체가 된다. 1등이 된다. 밀도가 높으면 중력이 생긴다.

두 번째, 속도로 운동량을 만들어라. 운동량은 질량 곱하기 속도다. $p = m \times v$. 질량이 딸리면 속도를 높여라. 경쟁사가 분기별로 캠페인을 할 때 우리는 매주 새로운 이슈를 터뜨린다. 고객의 뇌에 쉴 새 없이 충돌한다. 질량의 열세를 빈도로 커버한다. 이게 뉴스 앵글(News Angle)의 진짜 의미다. 계속 새로운 것을 던지는 것이다. 고객이 우리를 잊을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세 번째, 남의 질량을 빌려라. 우주선이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가속하는 걸 중력 도움(Gravity Assist)이라고 한다. 슬링샷(Slingshot)이라고도 한다. 우리도 똑같이 해야 한다. 내가 유명하지 않으면 유명한 사람을 끌어들인다. 인플루언서를 쓴다. 권위 있는 논문을 인용한다. 대기업 로고를 상세페이지에 박는다. "삼성전자 납품 실적" "서울대 연구팀 인증" 이런 것들이다. 고객은 나를 믿는 게 아니다. 내 뒤에 있는 거대 질량을 믿고 끌려온다. 권위 차용이다.

검색형이든 발견형이든 관계형이든 이 원칙은 똑같다. 질량이 작으면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 밀도를 높이거나 속도를 올리거나 남의 무게를 빌려야 한다. 물리 법칙은 장을 가리지 않는다. 중력이 없으면 우리가 고객에게 가야 한다. 직접. 빠르게. 반복해서.


모호함이 사라진 세계

이제 다시 그 질문으로 돌아가자. "어떻게 하면 잘 팔릴까요?"

더 이상 모호하지 않다. 네 가지 변수를 측정하라. 브랜드, 제품, 고객, 장. 장을 먼저 선택하라. 검색형인가 발견형인가 관계형인가. 제품의 질량을 계산하라. 고관여인가 저관여인가. 고관여라면 질량을 쪼개라. 저관여라면 충격량을 반복하라. 브랜드 질량을 계산하라. 작으면 밀도를 높이거나 속도를 올리거나 남의 무게를 빌려라.

선택지가 정해져 있다. 물리 법칙은 협상하지 않으니까. 검색의 장에 있는 고관여 제품을 가진 가벼운 브랜드라면 답은 하나다. 니치를 좁혀서 밀도를 높이고, 질량을 쪼갠 무료 체험을 제시하고, SEO로 상위 노출을 확보하고, 관계의 장으로 데이터베이스를 옮겨라. 발견의 장에 있는 저관여 제품을 가진 가벼운 브랜드라면 답도 하나다. 니치를 좁혀서 밀도를 높이고, 매주 새로운 이슈로 속도를 올리고, 인플루언서로 남의 무게를 빌리고, 3초 안에 후킹하고, 관계의 장으로 데이터베이스를 옮겨라.

엔지니어는 보이지 않는 전기를 제어한다. 전압을 측정하고 회로를 설계한다. 마케터도 보이지 않는 고객을 제어할 수 있다. 장을 고르고 질량을 계산하고 방정식을 푼다. 모호한 회의는 끝났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어떻게 하면 잘 팔릴까요?"라고 묻지 않는다. 대신 좌표를 찍고 계산한다. 그게 물리학을 빌려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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