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바이팅 5: 한 문장이 6층을 담아야 한다
2014년 Slack이 런칭할 때 쓴 한 문장이 있다. "Be less busy." 이메일, 회의, 메신저, 문서 공유—업무 커뮤니케이션 도구는 넘쳤다. 그 시장에 또 하나의 도구를 들고 나온 Slack이 한 말은 기능 설명이 아니었다. "덜 바쁘게 해줄게." 그게 전부였다. 이 한 문장이 Slack을 270억 달러 회사로 만들었다.
2014년 Slack이 런칭할 때 쓴 한 문장이 있다. "Be less busy." 이메일, 회의, 메신저, 문서 공유—업무 커뮤니케이션 도구는 넘쳤다. 그 시장에 또 하나의 도구를 들고 나온 Slack이 한 말은 기능 설명이 아니었다. "덜 바쁘게 해줄게." 그게 전부였다. 이 한 문장이 Slack을 270억 달러 회사로 만들었다.
편의점 음료 냉장고를 열어보라. 코카콜라, 펩시, 포카리스웨트, 레드불, 몬스터. 10년 전에도 이 얼굴들이었고, 지금도 이 얼굴들이다. 매년 수백 개의 새 음료가 출시된다. 대부분 1년을 못 버틴다. 편의점 냉장고에서 슬그머니 사라진다. 왜 음료 시장에서는 신생 브랜드가 살아남기 어려운가. 신념이 부족해서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음료수에 무슨 신념이 필요한가. 마시면 되는 거
2004년 Dove가 "Real Beauty" 캠페인을 시작했을 때, 광고업계는 의아해했다. 비누 회사가 왜 "아름다움의 정의"를 논하는가. 제품 기능을 말해야 할 시간에 철학을 말하고 있다. 20년이 지났다. Dove는 여전히 같은 캠페인을 하고 있다. "Real Beauty"는 슬로건을 넘어서 Dove라는 브랜드 자체가 됐다. 비누 성분이 바뀌어도,
2019년 Liquid Death가 처음 물을 팔기 시작했을 때, 투자자들 대부분이 거절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물에 무슨 브랜딩이 필요해?" 맞는 말이다. 물은 물이다. H2O. 에비앙이든 아이시스든 분자 구조는 같다. 수원지가 알프스든 제주도든 목마름을 해결하는 기능은 동일하다. 차별화할 게 없다. 그런데 Liquid Death는 5년 만에 기업가치 14억 달러가 됐다. 2023년 매출
2011년 Dollar Shave Club이 나왔을 때 면도기 시장은 질레트가 지배하고 있었다. 점유율 70%. 마이클 두빈이 가진 건 월 1달러짜리 면도기와 카메라 한 대뿐이었다. 그가 만든 90초짜리 영상은 면도기 날의 품질을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시작했다. "Are our blades any good? No. Our blades are f**king great." 그
열에 여덟은 "초격차"를 말한다. "저희는 기술로 초격차를 만들 겁니다." "이 시장에서 초격차 1위가 목표입니다." 초격차. 압도적 차이. 경쟁자가 넘볼 수 없는 격차. 멋진 말이다. 문제는 대부분이 이 말을 쓸 자격이 없다는 거다. 초격차라는 개념이 유행한 건 삼성 반도체 때문이다. 1990년대, 삼성은 D램 시장에서
여기까지 읽은 사람은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이거 당연한 얘기 아닌가?" 맞다. 당연한 얘기다. 고객을 세그먼트로 나누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거기에 맞는 메시지를 만들고, 하나씩 점령해나간다. 마케팅 교과서 1장에 나올 법한 얘기다. 그런데 대부분의 회사가 이걸 안 한다. 안 하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귀찮아서다. 112개 조합을 만들고,
세 개의 축이 있다. 이전 경험 7가지. 첫 경험자, 인지-미행동자, 경쟁사 만족자, 경쟁사 실망자, 자사 만족자, 자사 실망자, 카테고리 회의론자. 동기의 강도 4가지. 잠재, 인식, 활성, 긴급. 관여도 4가지. 저관여, 중관여, 고관여, 쾌락적 고관여. 조합하면 7 × 4 × 4 = 112개다. MBTI가 16개인데, 이건 100개가 넘는다. 112개 세그먼트를 전부 공략할 수는 없다.
편의점에 들어간다. 음료 코너 앞에 선다. 코카콜라, 펩시, 제로콜라, 스프라이트. 3초 만에 손이 나간다. 뭘 골랐는지 의식도 못 한다. 계산하고 나와서 마신다. 다음 날도 비슷한 걸 산다. 바벨칩을 산다고 치자. 270만원이다. 목 뒤에 붙이는 거다. 뇌에 전기가 흐른다. 3초 만에 결제하는 사람은 없다. 홈페이지를 본다. 후기를 찾는다. 유튜브에 검색한다. "
바벨칩 마케팅팀에 두 명의 잠재 고객이 있다. 첫 번째 사람. 김과장. 대기업 7년차. 영어 못해도 살 만했다. 근데 요즘 신경 쓰인다. 외국계 이직하면 연봉이 두 배라는데. 해외 컨퍼런스 가면 멍하니 앉아 있다가 온다. "언젠간 영어 해야지"라고 매년 1월에 생각한다. 12월에도 같은 생각을 한다. 두 번째 사람. 박대리.
바벨칩(BabelChip)을 만든 사람이 있다고 치자. 목 뒤에 붙이는 패치형 디바이스. 수면 중에 언어중추에 미세전류를 흘려서 영어 패턴을 주입한다. 3개월 과정, 270만원. SF처럼 들리지만 효과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제 이걸 팔아야 한다. 마케팅팀이 모여서 광고를 만든다. "잠들기 전엔 못했는데, 일어나니 됩니다." 카피는 괜찮다. 영상도 만들었다. 30대 직장인이 자고
2012년, 면도기 스타트업 하나가 유튜브에 광고를 올렸다. 예산 4,500달러. 창업자가 직접 나와서 카메라 앞에서 떠들었다. "Our blades are f**king great." 48시간 만에 12,000건 주문이 들어왔다. 5년 뒤 유니레버가 이 회사를 10억 달러에 샀다. Dollar Shave Club 이야기다. 2017년, 펩시가 광고를 하나 만들었다. 켄달 제너가 시위대에게
2010년 12월, 남양유업이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했다. 동서식품이 80%를 차지하던 1조 원 규모의 시장이었다. 후발주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였다. 남양유업은 김태희를 내세워 이렇게 광고했다. "프림 속 화학적 합성품인 카제인나트륨 대신 진짜 무지방 우유를 넣었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첫해에 1천억 원대 매출을 올렸다. 부동의 2위였던 네슬레를 따돌렸다. 동서식품의
이런 경우를 본다. 1년 동안 댓글 한 번 없던 사람이 어느 날 87만 원짜리 상품을 산다. 환불 문의도 없다. 추가 질문도 없다. 그냥 산다. 반면 지난 3개월 동안 포스팅마다 댓글 달고, DM으로 "언제 할인하나요?" 물어보던 사람은 아직도 무료 콘텐츠만 본다. 이상한 일이다. 참여도 높은 사람이 고객이 될 것
세스 고딘이 마케팅 책에서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를 언급했을 때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히피 밴드한테 뭘 배우라는 건지. 근데 숫자를 보면 할 말이 없다. 50년간 광고 한 번 안 하고 팬덤을 만들었다. 비틀즈보다 콘서트 수익이 많았던 적도 있다. 비밀이 있었던 게 아니다. 선택이 있었을 뿐이다. 1970년대 음악 산업의 공식은
"나는 범죄자가 아닙니다." 닉슨이 1973년 워터게이트 스캔들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 뒤로 미국인들은 그를 뭐라고 기억했나? 범죄자. 논리적으로는 부정했다. 하지만 뇌는 논리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이 1948년 《인간의 지식: 그 범위와 한계》에서 이미 알아챘다. "이것은 파란색이 아니다"라고 말할 때, 뇌는 먼저
광고 소재 퀄리티 신경 쓰지 마라. 이미지 해상도, 영상 색보정, 폰트 선택. 그거 다 나중이다. 디테일이 중요한 게 아니다. 바이팅이 제대로 들어갔는지만 신경 써라. 내 역할은 비직관적인 얘기를 하는 거다. 직관적이고 본능적으로 느껴지면 그건 이미 모두가 아는 거다. 모두가 아는 건 혁신이 아니다. 혁신은 처음엔 늘 불편하다. “그게 말이 돼?
2019년, 넷플릭스(Netflix)가 인도에서 이상한 실험을 했다. 월 $2.99짜리 모바일 전용 요금제. 미국 스탠다드 요금의 1/5도 안 됐다. 월가가 의아해했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깎아먹는 거 아니냐고. 3년 후, 인도는 넷플릭스의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 됐다. $2.99로 들어온 사람들이 $6.99로, $9.99로 올라갔다. 저가 요금제가 브랜드를 깎아먹은
2015년, 러셀 브런슨(Russell Brunson)이라는 남자가 이상한 짓을 했다. 자기 책을 무료로 뿌렸다. 《닷컴 시크릿(DotCom Secrets)》. 배송비 7.95달러만 받았다. 출판사가 미쳤다고 했다. 책 한 권 만드는 데 얼마인데 그걸 공짜로 주냐고. 8년 후 결과가 나왔다. 그 책 하나로 클릭퍼널스(ClickFunnels)는 연 2억 6,500만 달러를 번다.
소파를 사러 가면 사람들은 이상한 행동을 한다. 매장에서 30분을 앉아보고, 집에 가서 일주일을 고민하고, 온라인 리뷰를 20개 읽고, 또 매장에 가고, 결국 "조금 더 생각해볼게요"라며 나온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안 팔린다"고 생각하기 쉽다. 틀렸다. 스탠포드 행동과학자 BJ 포그(BJ Fogg)가 2007년에 인간 행동의
2024년 11월, 재규어(Jaguar)가 30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차가 한 대도 안 나왔다. 하이패션 모델만 나왔다. 핑크, 노랑, 파랑. "Copy Nothing." X에서 1억 7천만 뷰가 터졌다. 일론 머스크가 물었다. "Do you sell cars?" 마케팅팀은 샴페인을 땄을 거다. 1억 7천만. 역대급 바이럴. 전 세계가 재규어를 얘기했다. 그리고
2025년 11월, 머스크가 트윗 하나를 올렸다. "Grok 5가 2026년에 세계 최강 LoL 팀을 이길 수 있을까?" 조회수 1,000만. T1은 Faker GIF와 함께 "We are ready"로 받아쳤다. Riot Games 창업자가 "논의하자"고 답했다. Doublelift는 "Grok이 이기면 삭발한다"고 선언했다. 트윗 하나,
나는 왜 바이트마크를 만들었나 파편화된 자료들 우리 회사 내부 교육 자료가 엉망이었다. 신입 마케터가 들어오면 던져주는 자료들이 있다. 포지셔닝 PDF, 퍼널 설계 문서, 카피라이팅 가이드, 그로스 해킹 요약본... 10년간 쌓인 것들. 문제는 전부 따로 논다는 것이다. 포지셔닝 문서는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퍼널 문서는 "전환율을 높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