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물리학
"어떻게 하면 잘 팔릴까요?" 마케팅 회의실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이다. 답은 늘 비슷하다. 콘텐츠를 더 만들어야 합니다.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고객과 소통해야 합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회의가 끝난다. 일주일 뒤 다시 모인다. 똑같은 질문을 한다. 모호함은 마케터를 죽인다. "더 좋은 콘텐츠"가 뭔지 모른다. "고객과의 소통&
"어떻게 하면 잘 팔릴까요?" 마케팅 회의실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이다. 답은 늘 비슷하다. 콘텐츠를 더 만들어야 합니다.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고객과 소통해야 합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회의가 끝난다. 일주일 뒤 다시 모인다. 똑같은 질문을 한다. 모호함은 마케터를 죽인다. "더 좋은 콘텐츠"가 뭔지 모른다. "고객과의 소통&
자기계발서의 고전 《크게 생각할수록 크게 이룬다(The Magic of Thinking Big)》에는 세 명의 벽돌공 이야기가 나온다. 데이비드 슈워츠(David Schwartz)가 1959년에 쓴 이 우화는 지금도 강연장과 세미나실을 돌아다닌다. 행인이 물었다. 무엇을 하고 있냐고. 첫 번째 벽돌공은 벽돌을 쌓고 있다고 답했다. 두 번째는 시간당 9달러 30센트를 벌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은 광고를 읽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읽지 않으려 한다. 뇌가 광고를 감지하는 순간 방어벽이 올라간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뇌의 작동 방식이 그렇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고 부른다. 뇌는 에너지 소모를 극도로 싫어하는 기관이다. 생각하는 건 비싸다. 그래서 뇌는 가능한 한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대부분의 마케터는 실패의 이유를 모른다. 제품이 나쁘다고 생각한다. 카피가 약하다고 판단한다. 타이밍이 안 맞았다고 위로한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르다. 그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레벨 5 시장에, 순진한 레벨 1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살 빼 드립니다"라는 말은 1970년대엔 혁명이었다. 경쟁자가 없었고, 고객은 그 해결책을 처음 들었다. 뇌는 즉각
스타트업이 죽어가는 이유는 대개 하나다. 브랜딩 문제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로고를 바꾼다. 웹사이트를 리뉴얼한다. SNS 광고 예산을 두 배로 늘린다. 하지만 숫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불이 꺼진 곳에 연료만 붓고 있기 때문이다. 연료를 아무리 부어도 불씨가 없으면 그냥 기름 웅덩이만 생긴다. 많은 창업자가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브랜드 마케팅은 증폭제다. 이미
"우리 제품 정말 좋은데 왜 안 팔릴까요?" 이 질문을 하는 순간, 당신은 이미 끝났다.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는 확신 자체가 독이다. 생산자의 뇌는 구조적으로 팔 수 없게 설계되어 있다. 투입한 시간, 들인 원가, 해결한 기술적 난제들이 뇌를 점령한다. 그래서 "이 정도면 팔리겠지"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고객은 당신의
스타트업계에는 두 종류의 실패담이 있다.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데 마케팅을 안 해서 망했다"는 이야기. "마케팅만 열심히 했는데 제품이 별로라 망했다"는 이야기. 둘 다 맞는 것 같다. 둘 다 틀린 것 같다. 이 혼란의 원인은 간단하다. 우리가 '마케팅'이라는 단어에 서로 다른 뜻을 담아
마케팅 책을 읽다 보면 이상한 현상을 경험한다. 어떤 책은 스토리텔링이 전부라고 말한다. 다른 책은 숫자와 데이터가 답이라고 한다. 또 다른 책은 브랜드 철학이 중요하다고 외친다. 셋 다 설득력 있다. 셋 다 증거가 있다. 셋 다 맞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똑같은 비즈니스인데 어떤 전략가는 감성을 말하고, 어떤 전략가는 퍼포먼스를
당신의 단골 고객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큰 브랜드의 일반 고객보다도 덜 충성스럽다. 이건 느낌이나 추측이 아니다. 통계적 법칙이다. 바이런 샤프(Byron Sharp)는 이걸 '이중 위기의 법칙(Double Jeopardy Law)'이라고 불렀다. 작은 브랜드는 고객 수도 적고, 그 소수의 고객들마저 쉽게 떠난다. 작은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브랜딩 업계를 보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담당자들이 회사 돈으로 예술을 한다. 세리프 폰트냐 산세리프 폰트냐를 놓고 회의를 한다. 여백을 재고 또 잰다. 핀터레스트에서 레퍼런스를 긁어모은다. 그리고 이걸 '감도 높은 브랜딩'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출은 안 오른다. 감도 높다는 브랜드는 많은데 돈 버는 브랜드는 적다.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몰스킨 노트 하나가 있다. 검은 표지, 고무밴드, 180페이지. 물리적으로 동일하다. 작가 지망생한테 이게 뭔가? "헤밍웨이가 쓰던 그 노트." 빈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그는 작가 계보에 자기 이름을 올린다. 20,000원이 아니라 정체성을 산 거다. 그냥 메모 필요한 직장인한테는? "다이소 노트보다 열 배 비싼 거." 기능은 똑같은데
마샬 맥루언(Marshall McLuhan)은 1964년에 “미디어가 메시지다”라고 선언했다. 텔레비전이 전달하는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텔레비전이라는 형식 자체가 세상을 바꾼다는 거다. 뉴스를 보든 드라마를 보든 상관없다. 화면 앞에 앉아서 수동적으로 시청하는 행위 자체가 인간의 인지 구조를 재편한다. 이 통찰을 상품에 적용하면 재미있는 게 보인다. 제품의 기능이 메시지가 아니다. 제품을
캐스크 스트렝스(Cask Strength) 위스키라는 게 있다. 일반 위스키와 뭐가 다르냐면, 물을 안 섞었다. 그게 전부다. 통에서 바로 꺼낸 거다. 그런데 위스키 덕후한테 캐스크 스트렝스가 뭐냐고 물어보면 "도수 높은 술"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없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블렌더가 되는 거지." 증류소는 보통 위스키에 물을 섞어서
2014년 Slack이 런칭할 때 쓴 한 문장이 있다. "Be less busy." 이메일, 회의, 메신저, 문서 공유—업무 커뮤니케이션 도구는 넘쳤다. 그 시장에 또 하나의 도구를 들고 나온 Slack이 한 말은 기능 설명이 아니었다. "덜 바쁘게 해줄게." 그게 전부였다. 이 한 문장이 Slack을 270억 달러 회사로 만들었다.
편의점 음료 냉장고를 열어보라. 코카콜라, 펩시, 포카리스웨트, 레드불, 몬스터. 10년 전에도 이 얼굴들이었고, 지금도 이 얼굴들이다. 매년 수백 개의 새 음료가 출시된다. 대부분 1년을 못 버틴다. 편의점 냉장고에서 슬그머니 사라진다. 왜 음료 시장에서는 신생 브랜드가 살아남기 어려운가. 신념이 부족해서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음료수에 무슨 신념이 필요한가. 마시면 되는 거
2004년 Dove가 "Real Beauty" 캠페인을 시작했을 때, 광고업계는 의아해했다. 비누 회사가 왜 "아름다움의 정의"를 논하는가. 제품 기능을 말해야 할 시간에 철학을 말하고 있다. 20년이 지났다. Dove는 여전히 같은 캠페인을 하고 있다. "Real Beauty"는 슬로건을 넘어서 Dove라는 브랜드 자체가 됐다. 비누 성분이 바뀌어도,
2019년 Liquid Death가 처음 물을 팔기 시작했을 때, 투자자들 대부분이 거절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물에 무슨 브랜딩이 필요해?" 맞는 말이다. 물은 물이다. H2O. 에비앙이든 아이시스든 분자 구조는 같다. 수원지가 알프스든 제주도든 목마름을 해결하는 기능은 동일하다. 차별화할 게 없다. 그런데 Liquid Death는 5년 만에 기업가치 14억 달러가 됐다. 2023년 매출
2011년 Dollar Shave Club이 나왔을 때 면도기 시장은 질레트가 지배하고 있었다. 점유율 70%. 마이클 두빈이 가진 건 월 1달러짜리 면도기와 카메라 한 대뿐이었다. 그가 만든 90초짜리 영상은 면도기 날의 품질을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시작했다. "Are our blades any good? No. Our blades are f**king great." 그
열에 여덟은 "초격차"를 말한다. "저희는 기술로 초격차를 만들 겁니다." "이 시장에서 초격차 1위가 목표입니다." 초격차. 압도적 차이. 경쟁자가 넘볼 수 없는 격차. 멋진 말이다. 문제는 대부분이 이 말을 쓸 자격이 없다는 거다. 초격차라는 개념이 유행한 건 삼성 반도체 때문이다. 1990년대, 삼성은 D램 시장에서
여기까지 읽은 사람은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이거 당연한 얘기 아닌가?" 맞다. 당연한 얘기다. 고객을 세그먼트로 나누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거기에 맞는 메시지를 만들고, 하나씩 점령해나간다. 마케팅 교과서 1장에 나올 법한 얘기다. 그런데 대부분의 회사가 이걸 안 한다. 안 하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귀찮아서다. 112개 조합을 만들고,
세 개의 축이 있다. 이전 경험 7가지. 첫 경험자, 인지-미행동자, 경쟁사 만족자, 경쟁사 실망자, 자사 만족자, 자사 실망자, 카테고리 회의론자. 동기의 강도 4가지. 잠재, 인식, 활성, 긴급. 관여도 4가지. 저관여, 중관여, 고관여, 쾌락적 고관여. 조합하면 7 × 4 × 4 = 112개다. MBTI가 16개인데, 이건 100개가 넘는다. 112개 세그먼트를 전부 공략할 수는 없다.
편의점에 들어간다. 음료 코너 앞에 선다. 코카콜라, 펩시, 제로콜라, 스프라이트. 3초 만에 손이 나간다. 뭘 골랐는지 의식도 못 한다. 계산하고 나와서 마신다. 다음 날도 비슷한 걸 산다. 바벨칩을 산다고 치자. 270만원이다. 목 뒤에 붙이는 거다. 뇌에 전기가 흐른다. 3초 만에 결제하는 사람은 없다. 홈페이지를 본다. 후기를 찾는다. 유튜브에 검색한다. "
바벨칩 마케팅팀에 두 명의 잠재 고객이 있다. 첫 번째 사람. 김과장. 대기업 7년차. 영어 못해도 살 만했다. 근데 요즘 신경 쓰인다. 외국계 이직하면 연봉이 두 배라는데. 해외 컨퍼런스 가면 멍하니 앉아 있다가 온다. "언젠간 영어 해야지"라고 매년 1월에 생각한다. 12월에도 같은 생각을 한다. 두 번째 사람. 박대리.
바벨칩(BabelChip)을 만든 사람이 있다고 치자. 목 뒤에 붙이는 패치형 디바이스. 수면 중에 언어중추에 미세전류를 흘려서 영어 패턴을 주입한다. 3개월 과정, 270만원. SF처럼 들리지만 효과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제 이걸 팔아야 한다. 마케팅팀이 모여서 광고를 만든다. "잠들기 전엔 못했는데, 일어나니 됩니다." 카피는 괜찮다. 영상도 만들었다. 30대 직장인이 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