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디테일이 아니라 바이팅에 있다
광고 소재 퀄리티 신경 쓰지 마라. 이미지 해상도, 영상 색보정, 폰트 선택. 그거 다 나중이다.
디테일이 중요한 게 아니다. 바이팅이 제대로 들어갔는지만 신경 써라.
내 역할은 비직관적인 얘기를 하는 거다.
직관적이고 본능적으로 느껴지면 그건 이미 모두가 아는 거다. 모두가 아는 건 혁신이 아니다. 혁신은 처음엔 늘 불편하다. “그게 말이 돼?“라는 반응이 나와야 정상이다.
“광고 퀄리티가 중요하다”는 직관적이다. 당연해 보인다. 그래서 틀렸다.
바이팅의 본질도 여기 있다. 바이팅이 제대로 먹히려면 상대방 뇌가 “어?“하고 멈춰야 한다. 예상대로 흘러가면 바이팅이 아니다. 스크롤이 멈추지 않는다.
디자이너한테 맡기면 아름다운 광고가 나온다. 하지만 아름다운 건 바이팅이 아니다. 예쁜 건 스크롤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3초 안에 결정한다. 이 광고를 볼지 말지. 그 3초에 미학적 완결성이 끼어들 틈은 없다. 있는 건 “이게 뭐지?“라는 호기심, “저건 나한테 해당되는 얘기인데”라는 관련성, “어디서 이런 걸 봤나”라는 익숙함. 그게 다다.
퀄리티는 정말 중요하다. 근데 누구한테 중요하냐면, 니 상사가 너를 관리하려고 쓰는 지표고, 클라이언트가 에이전시 두들겨 패서 가격 깎을 때 쓰는 명분이다.
“이미지가 너무 러프해요.”
“영상 트랜지션이 매끄럽지 않아요.”
“폰트가 브랜드 가이드라인에 안 맞아요.”
맞다. 다 맞는 얘기다. 그런데 그게 클릭률을 올렸는가? 그게 전환을 만들었는가?
대부분의 경우, 아니다.
당신이 Apple이 아니라면 이 얘기가 해당된다. Apple 정도가 아니라면, 업계 1위가 아니라면, 우린 전부 게릴라다.
게릴라는 정규군처럼 싸우면 진다. 정규군은 자원이 있다. 시간이 있다. 지원군이 있다. 게릴라는 없다. 게릴라가 이기는 방법은 정규군이 안 치는 곳을 치는 거다. 정규군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반대로 움직이는 거다.
정규군 마케팅은 브랜드 가이드라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승인, 제작 회의 3번, 수정 5라운드. 게릴라 마케팅은 헤드라인 하나가 사람 정신을 빼놓으면 끝이다.
2025년 2월, Duolingo가 자기네 마스코트를 죽였다.
앱 아이콘을 바꿨다. 초록 부엉이 눈에 X 표시. “Duo가 죽었습니다.” 그게 끝이었다. 화려한 영상 없었다. 제작비 수십억 안 들었다. 아이폰 하나랑 낡은 부엉이 인형복이 전부였다.
결과? 2주 만에 17억 임프레션. 2025년 슈퍼볼 광고 상위 10개 전부 합친 것보다 소셜 미디어 대화량이 2배 많았다. 슈퍼볼 광고 30초에 800만 달러다. Duolingo는 그 돈 안 썼다.
이게 바이팅이다. “자기 마스코트를 죽인다고?” 비직관적이다. 그래서 멈춘다.
Duolingo 소셜 미디어를 키운 Zaria Parvez는 “낡은 부엉이 인형복이랑 아이폰”만으로 팔로워를 5만에서 1,600만으로 올렸다. 제작 퀄리티가 아니었다. 바이팅이었다.
“위험한 아이디어를 피칭하는 게 오히려 기회가 됐다” 고 했다. 안전한 아이디어, 퀄리티 높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위험한 아이디어. 불편한 아이디어. 직관에 어긋나는 아이디어.
반대 사례를 보자.
브랜드 가이드라인 완벽하게 지킨 광고들. 색상 정확하고, 여백 균형 맞고, 폰트 웨이트 가이드대로 썼고. 제작비 3천만 원. 결과는 CTR 0.3%.
왜? 바이팅이 없으니까. 예쁘기만 하면 스크롤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예쁜 건 직관적이다. 직관적인 건 멈추게 하지 못한다.
디테일의 악마는 시간을 잡아먹는다.
“이 이미지 해상도 좀 더 높여주세요.”
“여기 그림자 너무 진해요.”
“로고 위치 3픽셀만 위로.”
그 시간에 헤드라인 10개를 더 테스트할 수 있었다. 그 시간에 타겟 오디언스 피드백을 더 받을 수 있었다. 그 시간에 바이팅이 되는지 안 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퀄리티에 쓴 시간은 회수가 안 된다. 바이팅에 쓴 시간은 회수가 된다.
혁신은 보편화된다. 오늘의 비직관은 내일의 상식이 된다.
Duolingo 이후로 “마스코트 죽이기”가 전략이 될 거다. 2~3년 뒤엔 누군가 교과서에 넣을 거다. 그때 따라 하면 늦다.
바이팅도 마찬가지다. 지금 불편하게 느껴지는 게 2년 뒤엔 당연해진다. 그러니까 지금 비직관적인 걸 해야 한다. 직관적인 걸 하면 이미 늦은 거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냐.
첫째, 헤드라인부터 테스트해라.
디자인 전에 카피가 먹히는지 먼저 봐라. 텍스트만으로 반응이 있는지. 이미지 없이 글만 올려도 사람들이 클릭하는지.
둘째, 거친 버전으로 시작해라.
첫 테스트는 폰에서 찍은 사진으로 충분하다. 촬영 장비 빌리기 전에 메시지가 먹히는지 먼저 확인해라.
셋째, 퀄리티는 바이팅이 검증된 후에.
“이 헤드라인 CTR 8% 나왔다”가 확인되면 그때 투자해라. 검증 전엔 최소 비용으로.
넷째, 불편한 걸 골라라.
두 개의 아이디어 중 하나를 고를 때, 더 불편한 쪽이 맞을 확률이 높다. 직관적인 건 이미 누군가 했다.
마케팅 예산의 절반은 “내부 설득”에 쓰인다. 상사가 좋아할 것, 클라이언트가 안심할 것, 회의에서 방어할 수 있는 것.
진짜 고객은 그 회의실에 없다. 진짜 고객은 스크롤하고 있다. 스크롤을 멈추게 할 무언가를 기다리면서.
그 “무언가”는 해상도가 아니다. 색감 보정이 아니다. 바이팅이다.
Apple은 디테일에 집착한다. 맞다. 근데 Apple은 연 마케팅 예산이 10조 원이다. 1위가 1위 자리를 지킬 때 쓰는 전략과, 2위 이하가 올라갈 때 쓰는 전략은 다르다.
당신은 아마 게릴라일 거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s”라는 말이 있다. 틀렸다. 적어도 게릴라한텐 틀렸다.
악마는 디테일에 없다. 악마는 바이팅에 있다. 그리고 바이팅은 늘 비직관적인 데서 나온다.
Duolingo는 마스코트를 죽이고 17억 임프레션을 얻었다. 당신의 다음 캠페인에서 불편한 선택은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