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브랜딩의 거짓말
브랜딩 업계를 보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담당자들이 회사 돈으로 예술을 한다. 세리프 폰트냐 산세리프 폰트냐를 놓고 회의를 한다. 여백을 재고 또 잰다. 핀터레스트에서 레퍼런스를 긁어모은다. 그리고 이걸 '감도 높은 브랜딩'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출은 안 오른다. 감도 높다는 브랜드는 많은데 돈 버는 브랜드는 적다.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고객은 예쁜 걸 사는 게 아니다. 문제 해결을 산다. 당신의 로고가 세련됐는지 아닌지는 관심 없다. 배가 고픈데 뭘 먹을지가 중요하다. 피곤한데 어디서 쉴지가 중요하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브랜딩 담당자들은 이걸 모른다. 아니, 알면서도 무시한다. 왜? 예쁜 걸 만드는 게 더 재미있으니까. 포트폴리오에 넣기 좋으니까. 광고제에서 상 받기 좋으니까.
뇌는 예쁨을 무시한다
여기 흥미로운 현상이 있다. 페이스북 광고를 돌렸는데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전문 사진작가가 찍은 완벽한 사진보다, 핸드폰으로 대충 찍은 사진이 클릭을 더 많이 받았다.
왜 그럴까. 우리 뇌는 '너무 잘 만든 것'을 보면 경계한다. 아, 이건 광고구나. 이건 나한테 뭔가 팔려는 거구나. 그래서 자동으로 무시한다. 반면 친구가 찍은 것 같은 사진은? 콘텐츠로 받아들인다. 경계를 풀고 본다.
클라이언트부스트(KlientBoost)가 못생긴 광고와 세련된 광고의 전환율을 비교했더니 못생긴 광고가 30%에서 150%까지 더 높았다. 세련된 디자인은 시선을 분산시킨다. 여기저기 볼 게 많다. 반면 투박한 디자인은? 메시지 하나에 집중하게 만든다. "지금 사면 50% 할인." 이것만 보인다. 그래서 산다.
뇌는 예쁜 것보다 의외한 것에 반응한다. 예측을 깨는 것에 반응한다.
모두가 미니멀하게 만들면 어떻게 될까. 모든 브랜드가 똑같아 보인다. 산세리프 폰트, 파스텔 톤, 여백의 미. 다 거기서 거기다. 이걸 블랜딩(Blanding)이라고 부른다. 차별화하려고 한 선택이 평균화를 만든다.
재규어(Jaguar)가 2024년에 리브랜딩했다. 엄청 화려했다. 색깔 튀었다. 모델 멋졌다. 1억 7천만 뷰를 기록했다. 그런데 사람들 반응은? "근데 이게 차 회사 맞아?" 차는 한 대도 안 나왔다. 주목은 받았다. 그런데 욕도 먹었다. 예쁜데 본질이 없었다.
범재들의 자기만족 게임
문제는 이거다. 브랜딩 담당자의 목표와 회사의 목표가 다르다. 회사는 매출을 원한다. 담당자는 수상 경력을 원한다.
피터 필드(Peter Field)가 광고제 수상작들의 효과를 추적했다. 창의성 상을 받은 캠페인들의 효율성이 지난 12년간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심사위원 취향과 고객 취향은 다르다. 뇌과학 연구를 보면 더 명확하다. 지루한 광고는 흥미로운 광고보다 동일한 효과를 내는 데 2.6배 이상의 미디어 예산이 필요하다. 여기서 '흥미로움'은 '예쁨'이 아니라 '감정적 동요'나 '의외성'을 의미한다.
담당자는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이력서에 "칸 광고제 수상"을 쓴다. 그리고 이직한다. 회사는? 예산만 날렸다. 이게 대리인 문제다. 담당자가 자기 이익을 추구하면서 회사 이익을 해친다.
더 나쁜 건 이거다. 안전한 선택을 한다는 착각. "우리도 애플(Apple)처럼 미니멀하게 가자." "우리도 나이키(Nike)처럼 영감을 주자." 이게 안전해 보인다. 1등을 따라 하니까. 그런데 정작 시장에서는? 묻힌다. 똑같으니까.
나이키를 따라 하는 멍청함
나이키 광고를 보고 감탄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도 저렇게 만들자." 그리고 영감을 주는 영상을 만든다. 선수들이 땀 흘리는 장면. 감동적인 배경음악. "Just Do It" 같은 슬로건.
그런데 이건 근본적으로 틀렸다. 나이키와 당신은 체급이 다르다.
나이키는 이미 1등이다. 30년 넘게 수조 원을 쏟아부었다. "Just Do It"은 그냥 만든 게 아니다. 수십 년간 쌓인 기억이다. 그들의 목표는 뭘까. 새 고객을 설득하는 게 아니다. 기존 고객이 자기들을 까먹지 않게 하는 거다. 방어다.
당신은? 공격해야 한다. 고객 뇌에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나이키와 같은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리스콜라-와그너 모델(Rescorla-Wagner Model)을 보면, 뇌는 이미 학습된 정보(1등 브랜드의 메시지)에 대해서는 새로운 학습을 차단한다. 당신이 "도전하라", "열정을 가져라"라고 말하면? 뇌는 나이키를 떠올린다. 당신 돈으로 나이키 광고를 해주는 꼴이다.
실제로 하이라이팅 효과(Highlighting Effect) 연구를 보면, 소비자는 선발 주자와는 공통 속성을 강하게 연결하고 후발 주자와는 고유 속성을 연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후발 주자가 1등과 같은 공통 속성을 강조하면, 소비자 뇌는 그 속성의 원주인인 1등 브랜드를 더 강하게 떠올린다.
달러 셰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을 보라. 질레트(Gillette)가 지배하던 시장이었다. 질레트는 "최고의 면도"를 말했다. 고급스러웠다. 비쌌다. 달러 셰이브 클럽은 뭐라고 했나. "면도날에 돈 낭비하지 마라." 프레임을 뒤집었다. 그래서 이겼다.
1등은 기억을 유지한다. 2등은 기억을 깬다.
진짜 브랜딩은 공학이다
브랜딩의 목표는 뭘까. 고객 뇌에 박히는 거다. "배고프면?" "스니커즈(Snickers)." 이게 되어야 한다. 자동으로 떠올라야 한다. 이게 매출이다.
그러려면 구체적이어야 한다. "혁신적인 솔루션"이라는 말은 뇌에 안 남는다. 너무 추상적이다. 바이트마크(BiteMark) 이론에서 이를 빈 껍데기 언어(Empty Shell Language)라고 부른다. "30분 내 배송"은? 구체적이다. 측정 가능하다. 기억할 수 있다.
파타고니아(Patagonia)가 사랑받는 이유를 보라. 예쁜 사진 때문이 아니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고 말한 용기 때문이다. 매출을 포기했다. 환경을 택했다. 이게 진짜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원리가 나온다. 신뢰는 비용에서 나온다. 핸디캡 원리(Handicap Principle)를 보면, 생물학적으로 수컷 공작새가 생존에 불리한 거대한 꼬리를 유지하는 것은 "나는 이 무거운 짐을 지고도 생존할 만큼 강하다"는 것을 암컷에게 증명하기 위함이다. 아무나 "우리는 진정성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말은 공짜다. 그런데 매출을 포기하는 건? 비싸다. 가짜는 못 따라 한다. 그래서 믿는다.
3초 안에 고객을 멈춰 세워야 한다. 스크롤하다가 손을 멈추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예쁨이 아니라 날카로움이 필요하다.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 예상과 다르다는 느낌. 이게 주목이다. 예측 오차(Prediction Error)를 만들어야 뇌가 학습 모드로 전환된다.
디테일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다. 폰트 1pt 차이. 색상 코드 정확성. 여백 2px.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고객은? 그런 거 안 본다. 메시지를 본다. "이게 나한테 뭘 해주는데?"
결국 감도라는 말은 게으름의 다른 이름이다. 고객 문제를 파고들기 싫다. 시장을 연구하기 귀찮다. 트렌드 따라가면 안전하다. 그래서 감도를 말한다. 예쁘게 만들면 뭔가 한 것 같다.
회사는 예술관이 아니다. 매출이 목표다. 고객 뇌에 박혀야 한다. 감도는 그걸 방해한다. 이빨을 무디게 만든다. 당신이 만드는 게 핀터레스트에는 올라가도 장바구니에는 안 담긴다면, 그건 브랜딩이 아니라 취미생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