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트퍼널2: 300만 원짜리 소파가 안 팔리는 진짜 이유
소파를 사러 가면 사람들은 이상한 행동을 한다. 매장에서 30분을 앉아보고, 집에 가서 일주일을 고민하고, 온라인 리뷰를 20개 읽고, 또 매장에 가고, 결국 "조금 더 생각해볼게요"라며 나온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안 팔린다"고 생각하기 쉽다. 틀렸다.
스탠포드 행동과학자 BJ 포그(BJ Fogg)가 2007년에 인간 행동의 공식을 발견했다. B = MAP. 행동은 동기, 능력, 자극 세 가지가 동시에 만나야 일어난다. 여기서 핵심은 능력이다. 포그는 이걸 "얼마나 쉬운가"로 정의했고, 6가지 요소로 쪼갰다. 시간, 돈, 물리적 노력, 정신적 노력, 사회적 일탈, 비일상성. 돈은 6가지 중 하나일 뿐이다.
소파를 다시 보자. 왜 안 사나? 시간: 배송 일정 맞추기, 여러 매장 비교. 물리적 노력: 기존 소파 처분, 새 소파 배치. 정신적 노력: 색상 선택, 사이즈 계산, 후회 가능성 고민. 사회적 일탈: "이 가격이면 다른 걸 사야 하는 거 아냐?"라는 주변 시선. 비일상성: 평소에 안 하던 큰 결정. 가격만 낮춰서는 나머지 5개가 해결되지 않는다.
로저 둘리(Roger Dooley)가 2019년에 이 개념을 비즈니스에 적용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가 이렇게 말했다. "아마존, 애플, 구글, 넷플릭스의 공통점이 뭔가? 마찰을 제거해서 고객의 삶을 쉽게 만들었다." 둘리의 정의는 명확하다. 마찰 = 시간, 노력, 돈의 불필요한 지출. 여기서 "불필요한"이 핵심이다. 고객이 원하는 건 소파다. 배송 일정 조율은 원하지 않는다. 색상 고민은 원하지 않는다. 기존 소파 처분은 원하지 않는다. 이것들이 전부 마찰이다. 마찰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격이다.
300만 원짜리 소파의 진짜 비용을 계산해보자. 금전적 비용 300만 원. 시간 비용: 비교 검색 3시간, 매장 방문 2회, 배송 대기. 노력 비용: 기존 소파 처분, 공간 재배치, 색상 결정의 심리적 부담. 위험 비용: 잘못 사면 몇 년을 후회한다. 고객의 뇌는 이 모든 것을 합산한다. 300만 원이 아니라 "300만 원 + α"를 지불해야 한다고 느낀다. α가 너무 크면 "나중에요"가 나온다.
여기서 대부분의 마케터가 실수한다. "고객이 안 사네? 동기부여를 더 높이자!" 더 화려한 광고, 더 강한 할인, 더 긴급한 마감, 더 많은 혜택.
포그는 이렇게 말한다. "동기부여는 가장 불안정한 요소다. 동기부여를 높이려 하지 말고, 마찰을 줄여라."
왜? 동기부여는 파도처럼 왔다가 간다. 건강 컨퍼런스에서는 운동 동기가 넘친다. 집에 오면 사라진다. 세일 기간에는 구매 동기가 높다. 세일이 끝나면 "굳이?"가 된다. 반면 마찰은 구조적이다. 마찰을 한 번 줄이면 계속 줄어든 상태로 유지된다.
아마존의 원클릭 구매를 보라. 동기부여를 높인 게 아니다. 마찰을 없앴다. 주소 입력, 카드 정보 입력, 확인 버튼 여러 번 누르기. 이 모든 마찰을 한 번의 클릭으로 압축했다. 특허를 받을 만큼 강력한 경쟁 우위가 됐다. 넷플릭스도 마찬가지다. 블록버스터와 똑같이 영화를 보여준다. 그런데 마찰이 다르다. 매장에 가지 않아도 된다. 연체료가 없다. 클릭 한 번이면 바로 재생된다. 동기부여가 아니라 마찰 제거가 승부를 갈랐다.
저관여 상품은 마찰이 낮다. 껌 1,000원, 5초 결정, 실패해도 타격 없다. 커피 5,000원, 30초 결정, 맛없으면 다음에 안 사면 된다. 고관여 상품은 마찰이 높다. 소파 300만 원, 몇 주 결정, 실패하면 몇 년 후회. 피아노 500만 원, 몇 달 결정, 실패하면 거실의 거대한 장식품.
문제는 마찰의 기울기다. 저관여 상품은 0원에서 1,000원으로 가는 완만한 경사다. 고관여 상품은 0원에서 300만 원으로 가는 절벽이다. 사람은 절벽 앞에서 얼어붙는다. "나중에 생각해볼게요"는 "이 절벽을 넘을 자신이 없어요"의 완곡한 표현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절벽을 계단으로 바꿔라. 어떻게? 마찰을 작은 단위로 쪼갠다.
피아노 학원을 보자. 기존 구조는 절벽이다. 0원에서 월 30만 원 × 12개월, 360만 원 커밋먼트로 바로 간다. 마찰: 돈, 시간 1년, "아이가 흥미 잃으면?" 위험. 마찰을 쪼갠 구조는 계단이다. 첫 번째, 1회 체험 레슨 2만 원, 30분, 취소 자유. 두 번째, 4주 기초 과정 10만 원, 주 1회. 세 번째, 정규 등록 월 30만 원. 각 단계에서 마찰이 점진적으로 증가한다. 절벽이 아니라 계단이다.
소파 매장도 마찬가지다. 기존 구조: 0원에서 300만 원 + 배송 조율 + 기존 소파 처분. 마찰을 쪼갠 구조: 첫 번째, 패브릭 샘플 박스 1만 원, 집에서 색감 확인. 두 번째, AR 배치 시뮬레이션 무료, 앱으로 거실에 가상 배치. 세 번째, 매장 예약 방문 무료, 30분 전담 상담. 네 번째, 구매 + 기존 소파 수거 서비스 포함. 각 단계가 다음 단계의 마찰을 줄여준다. 샘플로 색상 고민 해결. AR로 사이즈 고민 해결. 수거 서비스로 처분 고민 해결.
1편에서 퍼널은 곱셈이라고 했다. 중간에 0이 있으면 전부 0이 된다. 마찰이 만드는 게 바로 그 0이다. 고객 여정의 어느 지점에서 마찰이 절벽처럼 높으면, 거기서 전환율이 0으로 떨어진다. 아무리 노출을 늘려도, 아무리 동기부여를 높여도, 절벽 앞에서 고객은 "나중에요"라고 말한다.
재규어를 다시 보자. 주목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그런데 "주목"에서 "이해"로 넘어가는 마찰이 너무 컸다. "이게 뭐야? 차 회사 맞아? 뭘 말하려는 거야?" 정신적 노력이 너무 많이 든다. 거기서 끊겼다.
마찰을 쪼개면 0이 사라진다. 각 단계의 전환율이 올라간다. 곱셈에서 각 항의 값이 올라간다. 0.1 × 0.1 = 0.01, 1%다. 갭을 쪼개면 0.5 × 0.5 × 0.5 × 0.5 = 0.0625, 6.25%다. 6배 이상 올라간다.
"나중에요"는 거절이 아니다. "이 마찰을 한 번에 넘을 수 없어요"라는 신호다. 절벽을 계단으로 바꿔라. 각 계단의 높이를 낮춰라. 첫 계단은 거의 평지처럼 만들어라. 그러면 "나중에요"가 "일단 이것부터 해볼게요"로 바뀐다.
3편에서는 그 첫 번째 계단, 랜딩 존을 어떻게 설계하는지 다룬다. 2만 원짜리 체험 레슨이 360만 원 등록으로 이어지는 구조. 1만 원짜리 샘플 박스가 300만 원 소파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 그걸 만드는 법이다.
2024년 11월, 재규어(Jaguar)가 30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차가 한 대도 안 나왔다. 하이패션 모델만 나왔다. 핑크, 노랑, 파랑. "Copy Nothing." X에서 1억 7천만 뷰가 터졌다. 일론 머스크가 물었다. "Do you sell cars?"
마케팅팀은 샴페인을 땄을 거다. 1억 7천만. 역대급 바이럴. 전 세계가 재규어를 얘기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 아니, 더 나쁜 일이 일어났다. 사람들 머릿속에 남은 건 "그 이상한 영상 올린 브랜드"뿐이었다. 기존에 있던 "영국 헤리티지, 고급 세단" 이미지는 지워졌다. 새로운 건 설치 안 됐다. 1억 7천만 뷰가 브랜드를 깎아먹었다.
같은 달, 캘빈 클라인(Calvin Klein)이 제러미 앨런 화이트(Jeremy Allen White) 캠페인을 냈다. 《더 베어(The Bear)》 배우가 뉴욕 옥상에서 속옷 입고 운동하는 영상. 48시간 만에 1,270만 달러 미디어 임팩트. 사람들 머릿속에 "캘빈 클라인 = 그 느낌"이 박혔다.
둘 다 바이럴이 터졌다. 둘 다 인지가 폭발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다. 뭐가 달랐나?
대부분은 퍼널을 덧셈으로 생각한다. 위를 넓히면 아래가 커진다고. 노출 100만 하면 구매 1만, 노출 1,000만 하면 구매 10만. 그래서 노출을 늘리려고 한다. 틀렸다. 퍼널은 곱셈이다.
1,000 × 10% × 50% × 0% × 40% = 0.
중간에 0이 하나라도 있으면 끝이 0이다. 노출이 1억이든 10억이든 상관없다. 재규어가 그랬다. 주목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10점. 그런데 "주목"에서 "구매 의향"으로 넘어가는 연결고리가 없었다. 0점. 10 × 0 = 0. 아니, 기존 이미지를 지웠으니 마이너스다. 10 × (-2) = -20.
캘빈 클라인은 달랐다. 화이트의 팬덤이 이미 있었다. 《더 베어》 본 사람들은 그에게 감정적 연결이 있었다. 그 연결 위에 브랜드가 올라탔다. 주목 10점, 연결 10점. 10 × 10 = 100.
"마케팅이 안 돼요"는 진단이 아니다. "어디가 0이에요?"가 진단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0인 걸 알았다. 그 0을 어떻게 채우나?
대부분은 AARRR(에이에이알알알)을 꺼낸다. 획득(Acquisition), 활성화(Activation), 유지(Retention), 추천(Referral), 수익(Revenue). 다섯 칸에 자기 비즈니스를 끼워넣으려 한다. "우리 획득은 인스타그램이고, 활성화는 첫 구매고..."
멈춰라. AARRR은 데이브 맥클루어(Dave McClure)가 2007년에 만들었다. 500 스타트업스(500 Startups)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석하기 위해서. 투자자가 여러 스타트업을 비교하기 위해 만든 도구다. 당신은 투자자가 아니다. 당신은 당신 비즈니스 하나를 설계해야 한다. 남의 프레임워크에 내 비즈니스를 맞추는 순간, 진짜 문제는 안 보인다.
퍼널 설계의 본질은 이거다: 고객이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충성 고객이 되기까지, 그 사이에 어떤 갭들이 있는가? 그 갭을 어떻게 건너게 할 것인가? AARRR은 남의 답이다. 이 질문에 당신이 직접 답해야 한다.
이 시리즈는 그 답을 찾는 법을 다룬다.
2편에서는 왜 고객이 중간에 이탈하는지 다룬다. 마찰에는 6가지 종류가 있다. 가격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가격을 낮춰도 안 팔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3편에서는 그 마찰을 어떻게 쪼개는지 다룬다. 300만 원짜리 소파 앞에서 "나중에요"라고 말하는 고객을 "일단 이것부터 해볼게요"로 바꾸는 법이다.
4편에서는 실제로 작동한 도구들을 다룬다. 7달러(배송비만 받고 책을 무료로 주는 게 왜 1억 달러 비즈니스가 되는지. 1달러 트라이얼이 왜 500달러짜리 충성 고객(LTV)을 만드는지.
AARRR을 외우면 발표는 할 수 있다. 이 시리즈를 읽으면 당신 퍼널의 0을 찾고, 그걸 채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