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이 없으면 망한다는 말의 정체

마케팅이 없으면 망한다는 말의 정체

스타트업계에는 두 종류의 실패담이 있다.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데 마케팅을 안 해서 망했다"는 이야기. "마케팅만 열심히 했는데 제품이 별로라 망했다"는 이야기. 둘 다 맞는 것 같다. 둘 다 틀린 것 같다. 이 혼란의 원인은 간단하다. 우리가 '마케팅'이라는 단어에 서로 다른 뜻을 담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을 "광고와 홍보"로 정의하면, 제품이 전부다. 켄달 제너(Kendall Jenner)를 앞세운 펩시 광고는 2억 뷰를 기록했다. 그러나 메시지가 공허했다. 노출은 곱하기 전환이다. 1,000명이 봐도 전환율이 0이면 결과는 0이다. 알렉스 호모지(Alex Hormozi)는 이를 "나쁜 제품에 마케팅을 붓는 것은 실패를 가속화하는 행위"라고 했다. 고객이 제품을 경험하고 실망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마케팅은 불이 아니라 기름이다. 타오르는 불에 부어야 효과가 있다.

하지만 마케팅을 "시장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 과정"으로 정의하면, 마케팅이 전부다.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은 "훌륭한 팀이 끔찍한 시장을 만나면 시장이 이긴다"고 했다. 형편없는 팀도 훌륭한 시장을 만나면 시장이 이긴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제품도 시장의 욕구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유진 슈워츠(Eugene Schwartz)는 더 직설적이다. "카피라이터는 욕망을 창조할 수 없다. 이미 존재하는 욕망을 찾아내어 제품에 연결할 뿐이다." 제품 기획 전에 시장의 욕망을 먼저 파악하는 것. 그게 마케팅의 시작이다.

마케팅을 제품 개발과 분리하는 순간, 마케팅은 무력해진다. 하지만 마케팅을 제품의 본질을 정의하는 과정으로 본다면, 마케팅은 비즈니스의 전부가 된다.

코닥(Kodak)의 실패가 교과서적 사례다. 테드 레빗(Theodore Levitt)은 이를 "마케팅 근시안"이라 불렀다. 코닥은 고객이 원하는 것이 '추억의 기록'임을 알면서도 '필름'이라는 물리적 제품에만 집착했다. 제품 자체에만 몰두하고 고객의 니즈를 간과한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를 먼저 발명하고도 필름 사업을 지키려다 망했다. 시장을 보지 않고 제품만 본 결과다.

유진 슈워츠는 제품을 두 가지로 나눴다. 물리적 제품(Physical Product)과 기능적 제품(Functional Product). 고객은 강철이나 종이 같은 물리적 제품을 사지 않는다. 문제 해결이라는 기능적 결과를 산다. 드릴을 사는 사람은 드릴이 아니라 벽의 구멍을 원한다. 제품의 기능적 가치가 고객의 욕망과 일치하도록 설계하는 과정. 그게 진짜 마케팅이다.

"상품 개발만 하고 마케팅을 미뤘더니 망했다"는 말의 진짜 뜻은 이렇다. 시장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혼자 방구석에서 만들었다는 뜻이다. 고객과 대화하지 않았다. 시장을 관찰하지 않았다. 욕망을 파악하지 않았다.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 PMF)을 검증하지 않았다. 마크 앤드리슨은 스타트업의 생애를 PMF 전과 후로 나눈다. PMF를 찾기 전까지는 홍보가 아니라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찾는 것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퍼널은 덧셈이 아니라 곱셈이다. 노출이 아무리 강력해도 제품이 0이면 결과는 0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마케팅이 중요한가 제품이 중요한가"가 아니다. "당신이 말하는 마케팅은 무엇인가"다. 광고판에 돈을 쓰는 것인가, 고객의 문제를 정의하는 것인가. 메시지를 퍼뜨리는 것인가, 시장의 욕망을 제품에 연결하는 것인가. 정의가 달라지면 답도 달라진다.

많은 창업가가 착각한다. 제품을 완성하고 나서 마케팅을 시작하면 된다고. 그건 홍보를 마케팅으로 오해한 것이다. 진짜 마케팅은 제품 기획 단계에서 시작된다. 시장을 보고, 욕망을 듣고,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설계하는 것. 그게 마케팅의 본질이다. 광고는 그 다음이다.

결국 경계는 없다. 제품과 마케팅은 분리될 수 없다.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것과 만든 제품을 파는 것 사이에 명확한 선은 없다. 시장이 원하는 것을 만들면, 그 제품은 이미 팔리고 있다. 당신이 만든 것을 시장이 원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광고해도 팔리지 않는다. 논쟁은 끝났다. 애초에 논쟁이 아니었다.

Read more

네 번째 벽돌공: 대성당은 공짜가 아니다

네 번째 벽돌공: 대성당은 공짜가 아니다

자기계발서의 고전 《크게 생각할수록 크게 이룬다(The Magic of Thinking Big)》에는 세 명의 벽돌공 이야기가 나온다. 데이비드 슈워츠(David Schwartz)가 1959년에 쓴 이 우화는 지금도 강연장과 세미나실을 돌아다닌다. 행인이 물었다. 무엇을 하고 있냐고. 첫 번째 벽돌공은 벽돌을 쌓고 있다고 답했다. 두 번째는 시간당 9달러 30센트를 벌고 있다고 했다.

왜 당신의 광고는 소음이 되는가

왜 당신의 광고는 소음이 되는가

대부분의 마케터는 실패의 이유를 모른다. 제품이 나쁘다고 생각한다. 카피가 약하다고 판단한다. 타이밍이 안 맞았다고 위로한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르다. 그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레벨 5 시장에, 순진한 레벨 1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살 빼 드립니다"라는 말은 1970년대엔 혁명이었다. 경쟁자가 없었고, 고객은 그 해결책을 처음 들었다. 뇌는 즉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