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바이팅 5: 한 문장이 6층을 담아야 한다
2014년 Slack이 런칭할 때 쓴 한 문장이 있다.
"Be less busy."
이메일, 회의, 메신저, 문서 공유—업무 커뮤니케이션 도구는 넘쳤다. 그 시장에 또 하나의 도구를 들고 나온 Slack이 한 말은 기능 설명이 아니었다. "덜 바쁘게 해줄게." 그게 전부였다.
이 한 문장이 Slack을 270억 달러 회사로 만들었다.
대부분의 회사는 한 문장을 못 만든다.
아니, 만들기는 한다. "혁신적인 솔루션으로 고객 가치를 창출합니다." "최고의 품질로 신뢰받는 파트너가 되겠습니다."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런 문장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어느 회사에 갖다 붙여도 된다. 기억에 안 남는다. 바이팅이 안 된다.
"Be less busy"는 다르다. Slack에만 붙일 수 있다. 3초 만에 이해된다. 기억에 남는다. 바이팅이 된다.
차이가 뭔가.
바이팅이 되는 한 문장에는 6개의 층이 압축되어 있다.
Josh Lowman이라는 브랜드 전략가가 정리한 구조다. 그는 이걸 "Mic Drop"이라고 불렀다. 한 문장을 던지고 마이크를 떨어뜨려도 될 만큼 강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6개의 층을 보자.
1층: Shift (변화)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Slack의 경우: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이메일은 느리다. 회의는 비효율적이다. 원격 근무가 늘어난다. 팀은 흩어져 있는데 소통은 더 빨라져야 한다.
이 변화를 고객도 느끼고 있어야 한다. "맞아, 요즘 일하는 게 예전 같지 않아." 이 공감이 첫 번째 층이다.
"Be less busy"는 이 변화를 전제한다. 바빠졌다는 걸 모두가 안다. 그래서 "덜 바쁘게"가 먹힌다.
2층: Enemy (적)
고객과 함께 싸울 공통의 적.
Slack의 적은 "바쁨" 자체다. 더 정확히는 "바쁜 척하는 문화", "이메일 회신 속도로 성실함을 증명하는 문화", "회의가 많아야 일하는 것 같은 착각".
이 적을 고객도 싫어해야 한다. "맞아, 나도 쓸데없는 회의 때문에 짜증났어." 이 반감이 두 번째 층이다.
"Be less busy"는 이 적을 정면으로 공격한다. 바쁨은 좋은 게 아니다. 바쁨은 적이다. 우리가 함께 싸울 대상이다.
3층: Ethos (신념)
우리가 믿는 것.
Slack이 믿는 것: 일은 단순해야 한다. 소통은 빨라야 한다. 도구가 복잡하면 도구가 문제다. 사람이 도구에 맞추는 게 아니라 도구가 사람에 맞춰야 한다.
이 신념에 고객이 동의해야 한다. "맞아, 일이 원래 이렇게 복잡할 필요 없지." 이 동의가 세 번째 층이다.
"Be less busy"는 이 신념을 담고 있다. 바쁘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 단순하게 일할 수 있다는 믿음.
4층: Product (제품)
제품이 실제로 하는 일.
Slack은 팀 메신저다. 채널 기반 커뮤니케이션. 파일 공유. 검색. 앱 연동. 이게 기능이다.
하지만 "Be less busy"에는 기능이 안 나온다. 채널도, 검색도, 연동도 언급 안 한다. 왜? 기능은 바이팅이 안 되니까.
기능은 4층에 있다. 바이팅은 4층을 건너뛴다. 고객이 기능을 알고 싶으면 나중에 찾아본다. 처음 3초에 기능을 설명하면 떠난다.
5. Customer Outcomes (고객 성과)
고객이 얻는 결과.
Slack을 쓰면: 이메일이 줄어든다. 회의가 줄어든다. 정보를 찾는 시간이 줄어든다. 팀 소통이 빨라진다. 결국, 덜 바빠진다.
"Be less busy"는 이 결과를 직접 말한다. 기능을 말하지 않고 결과를 말한다. "채널 기반 메신저입니다"가 아니라 "덜 바빠집니다".
고객은 기능에 관심 없다. 결과에 관심 있다. 5층이 4층보다 앞에 나와야 하는 이유다.
6층: Mic Drop (한 문장)
모든 층이 수렴하는 지점.
"Be less busy."
이 세 단어에 6개의 층이 전부 들어 있다.
- Shift: 세상이 바빠졌다
- Enemy: 바쁨이 적이다
- Ethos: 일은 단순해야 한다
- Product: (생략—나중에 알아도 됨)
- Outcomes: 덜 바빠진다
세 단어. 3초. 이게 바이팅이다.
이 구조를 거꾸로 쓰면 망한다.
대부분의 회사가 하는 실수:
"저희는 채널 기반 팀 메신저입니다. 파일 공유도 되고, 검색도 강력하고, 다른 앱이랑 연동도 됩니다. 이메일보다 빠르고 효율적입니다.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는 요즘, 팀 소통에 딱 맞는 도구입니다."
4층(제품)부터 시작해서 1층(변화)으로 올라갔다. 순서가 거꾸로다.
고객의 뇌는 이렇게 생각한다. "또 메신저야? 카톡 있는데? 이메일도 있는데? 왜 또 새로운 거 써야 해?"
비교 모드로 들어간다. 기존 것과 비교한다. 비교에서는 익숙한 게 이긴다. 새로운 건 진다.
1층부터 시작하면 다르다.
"바빠 죽겠지? 회의, 이메일, 메시지—쏟아지는 거 감당 안 되지? 그거 바쁜 게 아니야. 비효율인 거야. 일이 원래 이렇게 복잡할 필요 없어. 덜 바빠질 수 있어."
고객의 뇌는 이렇게 반응한다. "맞아, 나 요즘 진짜 바빠." "맞아, 이메일 답장하느라 정작 일을 못 해." "어, 덜 바빠질 수 있다고?"
공감 모드로 들어간다. 비교가 아니라 동의다. 동의하면 다음 말을 듣는다. 그다음에 제품 설명해도 늦지 않다.
순서가 전부다.
직접 만들어보자.
당신의 제품이 뭐든, 이 순서로 써보라.
1층—Shift: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2층—Enemy: 고객과 함께 싸울 적은 누구인가?
3층—Ethos: 우리가 믿는 건 뭔가?
4층—Product: 우리 제품이 뭘 하는가? (일단 적되 나중에 뺄 거다)
5층—Outcomes: 고객이 얻는 결과는?
6층—Mic Drop: 1~5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4층은 빼라. 기능은 바이팅에 안 들어간다.
1, 2, 3, 5층을 한 문장에 녹여라. 세 단어면 좋고, 열 단어 넘으면 길다.
몇 가지 예시를 보자.
Apple (2007년 iPhone 런칭)
- Shift: 휴대폰, 음악 플레이어, 인터넷이 따로 논다
- Enemy: 주머니에 기기 세 개 넣고 다니는 불편함
- Ethos: 기술은 단순해야 한다
- Outcomes: 하나로 다 된다
- Mic Drop: "This is one device."
Dollar Shave Club
- Shift: 면도기가 너무 비싸졌다
- Enemy: "좋은 면도기는 비싸야 한다"는 상식
- Ethos: 면도기는 소모품이다, 소모품에 돈 쓰지 마라
- Outcomes: 한 달에 1달러
- Mic Drop: "Shave time. Shave money."
Mailchimp
- Shift: 소규모 비즈니스도 이메일 마케팅이 필요해졌다
- Enemy: 비싸고 복잡한 엔터프라이즈 도구들
- Ethos: 작은 회사도 프로처럼 마케팅할 수 있어야 한다
- Outcomes: 쉽고 저렴하게 이메일 보낸다
- Mic Drop: "Send better email."
한 문장이 안 나오면 두 가지 이유다.
첫째, 1~3층이 없다. 변화, 적, 신념 없이 제품만 있다. 제품만으로는 한 문장이 안 만들어진다. "우리 제품은 이것저것 합니다"밖에 안 나온다.
둘째, 1~3층이 흐리다. 변화가 뭔지 명확하지 않다. 적이 누군지 정해지지 않았다. 신념이 모호하다. 흐린 재료로는 선명한 문장이 안 나온다.
한 문장이 안 나오면 문장력의 문제가 아니다. 전략의 문제다. 1~3층부터 다시 정의해라.
한 문장이 나오면 그다음은 반복이다.
Slack은 "Be less busy"를 몇 년간 반복했다. 광고에서, 웹사이트에서, 발표에서, 인터뷰에서. 같은 말을 지겹도록 했다.
내부에서 "이제 새로운 메시지 할까요?"라는 말이 나올 때가 버텨야 할 때다. 당신이 지겨울 때, 고객은 이제 막 기억하기 시작한다.
바이팅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마크가 될 때까지 반복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바이팅이 되는 한 문장에는 6개의 층이 압축되어 있다. 변화, 적, 신념, 제품, 결과, 그리고 한 문장.
제품(4층)은 뺀다. 기능은 바이팅에 안 들어간다.
순서가 전부다. 1층부터 시작해야 한다. 4층부터 시작하면 비교당하고 진다.
한 문장이 안 나오면 전략이 없는 거다.
나오면 지겹도록 반복해라.